금융당국의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중에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청탁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들 저축은행은 평소 인연이 있는 정치권 및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읍소와 하소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제기한 불만을 모두 수렴해 내부적으로 수용 여부에 대한 충분한 심사를 마쳤다"며 "이젠 경영평가위원회 개최와 발표만 남았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마지막 몸부림

일부 저축은행 대표들은 '살생부'(영업정지) 명단에 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로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A저축은행 대표는 "여권은 여권대로,야권은 야권대로 각 저축은행들이 연줄이 있는 쪽을 총동원해 만나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B저축은행 대표는 "정치권에 줄이 있는 저축은행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정치권에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건물 등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일부 저축은행은 자산 평가 방식이 어떻게 결론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해명할 기회 충분히 줬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그동안 쏟아낸 불만과 의견을 청취했고 타당한 내용은 최대한 받아들인 만큼 이제는 경평위와 금융위 전체회의 등 남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경영진단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저축은행장들을 불러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줬다"며 "내부 법무팀 등으로 구성된 임시기구의 검토 결과 더 이상 이의제기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시점에 중개 수수료를 한꺼번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법이 불합리하다며 강하게 반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도 했다. 중개 수수료를 대출 기간 동안 고르게 나눠서 부담하는 '이연'처리가 허용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젠 할 말이 있으면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경평위에 참석해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안정기금 동원

금융당국은 당장 저축은행 구조조정 명단에서 제외된 저축은행이라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5~9%인 저축은행에 대해선 금융안정기금을 동원해 자본을 확충해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공사는 내달 개별 저축은행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저축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를 매입해주거나 상환우선주를 사주는 형식으로 자본을 확충해줄 예정이다. 정부는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금안기금의 투입액만큼 대주주도 증자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류시훈/박종서/안대규/김일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