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섬유를 둘러싼 코오롱과 듀폰의 신경전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상대에게 제기한 특허 침해와 독점 금지 소송이 서로 엇갈려 있다. 1조원이 넘는 배상액이 걸린 소송인 만큼 두 기업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신섬유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코오롱 "기술침해할 이유 없다"

아라미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듀폰이 2009년 먼저 코오롱을 견제하고 나섰다. 듀폰은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을 아라미드 기술 침해 혐의로 미국 법원에 고소했다.

코오롱은 30년간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했다며 기술을 침해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왔다. 코오롱 관계자는 "197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연구해 개발 단계부터 상업설비까지 독자적인 기술로 아라미드 브랜드 헤라크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듀폰의 소송과 별도로 코오롱은 지난해 듀폰을 상대로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미 연방 항소법원은 "듀폰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코오롱의 소송을 기각한 1심 재판부 판결을 파기했다. 이로써 코오롱이 반독점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이 재판은 내년 3월 열린다.

평결대로 배상이 확정된다면 코오롱이 입을 타격은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듀폰이 코오롱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규모는 올 들어 미국에서 이뤄진 평결 중 세 번째로 큰 건이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 매출은 3조2411억원,영업이익은 2513억원이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듀폰이 아라미드 섬유 시장에서 코오롱을 배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섬유,아라미드가 뭐기에

아라미드는 미국 듀폰(케블라),일본 데이진(트와론),한국 코오롱(헤라크론) 등이 생산하고 있는 기술집약적인 첨단 소재다. 코오롱이 헤라크론을 개발하기 전까지 한국은 아라미드 섬유를 전량 수입했다.

2005년 코오롱이 미국,일본에 이어 아라미드 섬유 실용화에 성공했고 효성도 시장에 합류했다. 듀폰과 코오롱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일명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듀폰은 지난해 5억달러를 투자해 케블라 생산 능력을 키웠고 코오롱도 구미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아라미드 섬유의 용도가 갈수록 늘면서 연간 2조원을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글로벌 특허 공세에 '흔들'

국내 기업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업종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특허분쟁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최대 격전지는 전자업계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벌이는 특허소송만 100여건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부터 삼성전자가 애플이 제기한 휴대폰 · 태블릿PC 특허침해 소송을 놓고 9개국에서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 판매금지를 둘러싼 가처분소송 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선 어느 한 쪽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 6월에는 독일 오스람이 삼성전자,삼성LED,LG전자,LG이노텍을 상대로 LED조명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분쟁은 총 33건으로 이 가운데 22건(67%)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라미드 섬유

aramid fiber.섭씨 500도에서도 연소되지 않는 내열성과 화학약품에 강한 내약품성을 지닌 섬유다. 섬유 중에서 가장 강한 소재다. 항공 · 우주 분야와 고성능 타이어,호스,벨트,광케이블 보강재,브레이크 마찰재,방탄복에 주로 사용한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