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전대란…산업단지 '날벼락'
전력 사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초가을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이 발생했다. 3개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23개 발전소가 '정비'를 이유로 발전을 중단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울산 경남 전북 등 전국 322만가구와 산업단지들이 곳곳에서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15일 한국전력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이날 여의도와 한남동,서초 · 송파 · 양천구 등에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놀란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고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일부가 엘리베이터 등에 갇혔다.

은행 등 금융회사 업무도 일시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발생한 정전으로 417개 은행 영업점의 마감 업무가 지연되고 일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삼성타운은 3개동 모두 오후 3시40분께 정전됐다. 곧바로 무정전시스템(UPS)이 가동해 전력이 사무실에 다시 공급됐으나 일부 엘리베이터가 잠시 멈춰서고 인터넷이 불통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기도 분당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산업도시인 울산에서도 이날 오후 3시께부터 도심의 주요 도로 신호등이 정전으로 꺼졌다. 1시간가량 지난 뒤 부분적으로 복구됐다. 경남 창원 등 9개 시 · 군 6만1000여가구도 오후 3시50분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전북 전주 군산 고창 순창 등 4개 시 · 군 지역도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국 정전대란…산업단지 '날벼락'
한전 관계자는 "정전 사고가 아니라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전력예비율이 6%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자 예방차원에서 순환정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으로 수도권 46만가구,강원 · 충청 22만가구,호남 34만가구,영남 60만가구가 정전됐으며 7시56분 이후 전력공급이 정상화됐다고 발표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순간 최대전력수요를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전소 정비로 인한 전력 공급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