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국에서 정전 사태가 터지면서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 업무도 일시 중단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발생한 정전으로 417개 은행 영업점의 마감 업무가 지연되고 일부 현금자동입출금기(CD · ATM)가 작동하지 않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오후 7시까지 이들 중 304개 지점이 복구됐지만 113개 점포는 밤까지 복구 작업이 이어졌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은행 본사와 주 전산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농협은 이날 전국 75개 지점에서 일시 정전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농협 관계자는 "상당수 점포에서 전기 공급이 끊겨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를 즉각 가동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30여 개 지점에서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은행 측은 "정전이 발생한 오후 3시30분부터 종합 상황실을 가동했다"며 "4시10분께 서울 성수동지점에서 복구 사실을 처음 알려왔다"고 전했다. 기업은행도 이날 4시 현재 전국 11개 지점에서 정전 신고를 접수 받았다.

외환은행은 서울 을지로지점을 비롯해 경기 동탄지점,부산 서면지점 등 3곳에서 피해를 입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UPS 가동시간이 최소 4시간에 달하는 데다 지역마다 순환적으로 전원이 공급됐기 때문에 이날 업무를 마감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전원이 산발적으로 끊겼다가 다시 들어와 정확한 피해상황을 집계하기 어렵다"며 "일단 고객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영업점포가 아닌 상가 등에 설치한 ATM 중 상당수는 최소 30분 이상 '먹통'이 된 곳이 많았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한 고객은 "급하게 돈을 빼려고 집근처 ATM을 찾았는데 전원이 완전히 꺼져 있어 곤욕을 치렀다"고 하소연했다.

최한묵 금감원 정보기술(IT) 감독국장은 "일부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들이 편의점 등에 배치한 단독 ATM 등이 특히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한 증권사의 강남지점에선 자동이체가 제대로 안 되면서 결제작업이 20여분 지연되기도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결제 마감시한인 오후 5시30분께에야 모든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은은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금융결제망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콜센터에 전원이 끊기면서 고객 서비스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솔로몬저축은행 대치동 본점도 오후 4시55분부터 45분간 정전되는 피해를 입었다.

조재길/김일규/주용석/이상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