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주일 전 "올 여름 전력대란 막았다" 자화자찬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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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정전대란 - 정전사태 왜 발생했나
발전소 25곳 정비·고장으로 가동 중단
19%였던 전력예비율 하루새 5%대로 '뚝'
발전소 25곳 정비·고장으로 가동 중단
19%였던 전력예비율 하루새 5%대로 '뚝'
15일 발생한 전국적인 정전 사태는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 실패와 안이한 상황 판단에서 비롯됐다. 초가을 무더위에 대한 기상 예보가 이미 나와 있었는데도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한전은 김쌍수 전 사장이 지난달 말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사장자리가 비어있다.
◆지경부 "전력대란 없었다" 방심
지식경제부는 1주일 전인 지난 7일 '올 여름 전력난이 없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발전소 고장률을 70% 감소시킨 덕분에 설비 고장으로 인한 전력 공급 차질을 최소화했다"며 "고장복구 시간도 당초 47시간에서 13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에너지다소비 기업 3600곳을 중심으로 전력피크기에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에 주력했고 냉방온도 제한 등 실태 점검도 강화했다"며 "큰 위기가 없었던 것은 이 같은 관리대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전력예비율이 10~20% 사이에 유지돼 전력대란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비가 많이 내린 덕분이었는데도 지경부는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무더위에 전력소비 급증
지경부는 여름철 전력 수급 비상기간(6월27일~9월9일)이 무사히 지나가자 전력 수요가 한풀 꺾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근 원자력 발전소 세 곳을 정비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영광 2호기와 울진 2 · 4호기다. 화력 발전소를 포함한 가동 중단 발전소는 23개에 달했다.
발전용량 834만㎾ 규모로 전체 발전 용량의 11%에 해당한다. 여기에다 2개 발전소는 고장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무더위가 찾아왔다. 전력 소비가 이날 6726만㎾로 급증했다. 올해 여름 전력피크(7219만㎾)에 훨씬 못 미쳤으나 가동 중단 발전소가 많아 대응할 수 없었다. 최대 전력 수요 대비 예비전력을 뜻하는 전력 예비율은 이날 5%대로 떨어졌다. 전력 예비율은 보통 10% 이상이어야 안정권이다.
◆사상 첫 순환정전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예비전력(최대 전력공급능력에서 최대 전력사용량을 뺀 수치)이 비상상황인 400만㎾보다 낮은 360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급해진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곧바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비상계획에 따라 한국전력과 사전에 계약을 맺은 기업이나 가정을 대상으로 자율정전 조치를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예비전력이 여전히 400만㎾를 밑돌았다. 정부는 오후 3시부터 30분 단위로 일부 지역의 전기를 돌아가면서 끊는 '순환정전'에 들어갔다.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광역정전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순환정전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엉터리 수요 예측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최근 몇년 동안 가을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8월을 무사히 넘겼다는 이유로 발전 용량이 큰 원전 가동을 중단해 전력 공급 능력을 줄인 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정호/박신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