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국내 증시는 16일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기대로 추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5일 코스피지수는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 디폴트 위기를 막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데 힘입어 지수는 장 초반 18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외국인 및 기관 매물 부담과 오후 들어 나온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설로 하락 반전하는 등 변동성이 심한 흐름을 보였다. 1110원선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증시 변동성 촉매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8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에 달러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으로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급등해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ECB는 성명을 통해 미국중앙은행(Fed) 등과 공조해 달러화의 유동성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재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유럽 재정위기 완화를 위한 국제 공조가 진행되면서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종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로본드 도입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빨라진 정책 공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며 “16일 예정된 EU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그리스 6차분 구제금융이 순조롭게 지급된다면 당분간 그리스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유로존의 총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외변수 불안이 이어지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환율 추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라며 “2008년 금융위기에 비춰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일정 기간 진행된 후 후행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외국인, 특히 유럽계 자금의 본격적인 회수 가능성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유럽계 자금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500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박스권 장세를 가정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단기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흥국들의 유로존 지원 가능성과 정책공조 가속화 기대는 투자심리를 지지하지만 외부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와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 전략 점검이 불가피하다” 며 “박스권을 상정한 낙폭과대주 트레이딩 대응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EU 재무장관회담 등 각국의 정책 공조 기대감으로 증시 반등 흐름이 이어질 것” 이라면서도 “불확실성 완화만으론 추세적인 증시 상승을 이끌기 어려울 전망이란 점에서 코스피지수 1900선의 박스권 상단을 염두에 둔 트레이딩 관점의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