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체납된 국세를 징수하는 업무를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독점 위탁하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잘못됐다. 정부산하기관인 캠코가 국가 사무를 대행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캠코는 공적자금 회수나 기업 구조조정,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과 국유재산관리 전문기관이지 추심업무가 본업이 아니다. 캠코가 은행 연체대출 추심 등을 민간 신용평가회사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세징수법 개정안에서 체납액 징수를 민간회사에 위탁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명색이 세금을 걷는 업무를 민간에 맡길 수는 없다는 식의 명분론도 일리는 있다. 이 경우 권리 침해, 정보 오남용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걱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위탁할 업무가 안내장 발송,전화 독촉, 재산조사 등 이른바 사실적 업무에 국한된다면 민간위탁을 못할 이유도 없다. 압류 공매 같은 법률적 업무를 국세청이 맡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많은 신용정보회사들이 이 업무를 맡고자 청원을 넣고 있다. 정당한 청원이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설립됐고, 매년 금융위와 금감원의 엄격한 검사를 받는다. 전체 23개사 가운데 KB · 우리 · 신한은행과 삼성생명 등 간판 금융회사의 자회사만도 10곳이다. 바로 이때문에 캠코도 이들에게 일을 맡긴다.

매년 결손처분되는 세금이 7조원에 달하고 4조원의 체납액은 다음해로 이월된다. 체납세금을 거두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경쟁에 붙이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미국은 국세 징수를 민간에 위탁했던 경험이 있고 공공채권 징수, 교도소 관리, 소방, 지역순찰 같은 권력 서비스 업무조차 민간에 맡긴다. 국가 행정 사무의 민간 이관을 우리 정부만 기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