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임대를 활성화시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는 내용의 '8 · 18 대책'을 내놓은 지 1개월이 되어 가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전셋값 총액은 한 달 새 5조6000억원가량 늘었고 전세물건은 나오기 무섭게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입주물량을 단기적으로 늘리기 쉽지 않아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전세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으면 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전셋값 5조6000억원 늘어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8 · 18 대책 이후에도 전세수요를 해소할 만한 물량공급이 뒤따라 주지 않아 전셋값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다.

서울 반포동 뉴월드공인의 조흥기 대표는 "40~60평대 아파트를 팔아 소형 몇 가구를 사들여 월세를 놓겠다는 문의가 종종 있다"면서도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도 않고 금융권 대출도 막혀 임대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계동 딸기공인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에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주인이 부르는 대로 전셋값이 형성되고 있다"며 "30평대 미만 중소형은 한 달 새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8 · 18 대책 이후 전국 전셋값은 0.45% 올랐다. 서울과 수도권 상승률은 0.57%와 0.54%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총액은 578조2421억원에서 583조8656억원으로 5조6235억원 늘었다.

서울은 3조1077억원 증가한 290조7967억원,경기도는 1조9549억원 많아진 251조1117억원,인천은 5610억원 상승한 41조9572억원이었다. 서울은 25개 구 모두 상승했고 경기도는 화성 · 용인 · 성남시 등이 많이 올랐다.


◆전세난 연말까지 이어질 듯

전셋값 오름세는 비수기인 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민간임대사업자 세제지원과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세제개편안이 내달께나 시행 예정이어서 매매시장 활성화를 통한 전세수요 해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셋값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집들이 물량 감소도 전세난 심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9~12월 전국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31% 적은 7만861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전년 동기 대비 26% 적은 4만2809가구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조사팀장은 "신규 입주는 전세공급을 늘려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전세매물 부족에 집들이 물량 감소까지 겹쳐 전세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현진 공인중개사협회 강남지회장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거래가 늘어야 전 · 월세시장도 돌아갈 수 있다"며 강남3구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민간임대사업자 세제혜택 등 8 · 18 대책이 내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만큼 효과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형/심은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