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위사업 핵심은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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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장악한 시장 포기 못해…기술확보 위해 시행착오 감내를
최근 해군의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PKX-A)에서 불량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추진장치의 조향안정성과 윤활유 변색 문제 등으로 1년 가까이 해군에 인도되지 못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연구 · 개선작업을 벌여야만 했다.
우리의 조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전투함 건조 경험은 일천하다. 전투함은 크기를 최소화하면서 중무장을 해야 하고,속도는 빨라야 하기 때문에 일반 상업용 배와는 건조기술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유도탄 고속함은 기존 군함과 달리 프로펠러 추진방식 대신 물을 뿜어 추력을 얻는 워터제트를 국내에서 개발해 처음으로 적용했다. 발전기도 최초로 국산기술을 적용 · 개발해 사용했다. 이런 핵심기술을 국산화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 탈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얻을 게 더 많으리란 점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수출 길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된다.
방위산업은 그 특성상 기술을 이전받기 매우 어렵다. 때문에 첨단 전투기와 같이 한 대에 수백억원을 주고라도 아예 통째로 수입해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군장비 국산화율이 대략 50% 미만이지만,그런 속에서도 국산화 기술 확보에 매진해 국내 기술로 T-50 고등전투훈련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 4억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으로 이어졌다. 또 최근엔 국내 무기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10억5000만달러 상당의 잠수함 수출도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올해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예상하는 것에 비춰보면 아직 방산 수출은 매우 미미한 형편이다. 독자적인 고유모델의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기술력이 달리는 게 큰 원인이다.
첨단기술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없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이전받기 어려운 기술도 많다. 핵심부품을 국산화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어렵다. 원본기술을 보유한 국가에서 수출승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승인을 간신히 받았다 하더라도 가격을 비싸게 요구하기 때문에 남는 장사가 되기 어렵다. 국방기술은 특히 핵심기술을 선진국이 독점하고,일반기술은 공급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부품은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원활한 무기수출뿐만 아니라 민간 기술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도 국산화는 중요하다. 전쟁 대비용 군용기술이 산업기술로 파급된 경우도 많다. 잠수함을 잡는 음향탐지 기술은 어선의 어군탐지 센서로,군용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기술은 민간선박이나 차량 내비게이션에 활용되고 있다. 전차장갑을 뚫기 위해 개발된 텅스텐 · 구리 복합재료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방열판으로 활용되고,KF16 전투기용 탄소 브레이크 디스크 기술은 민항기와 자동차,고속전철용 브레이크 디스크로 이용된다. K11 복합소총의 몸체 소재인 '스칸듐 함유 알루미늄 합금'은 인라인 스케이트나 골프헤드,야구배트 등 소비재로도 활용된다.
물론 기술적으로 실현가능하다고 해서 국산화를 모두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규모가 작고 기술적 파급효과도 미미한 상품은 국산화 추진이 오히려 비용만 키울 수 있다. 개발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장 규모가 작은 상품은 국산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완제품보다는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완제품 개발보다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무기 국산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여론의 지탄도 있지만 이는 후발주자로서 감내해야 할 수업료라고 본다. 더욱 완벽한 무기를 개발해가는 데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노대래 < 방위사업청장 >
우리의 조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전투함 건조 경험은 일천하다. 전투함은 크기를 최소화하면서 중무장을 해야 하고,속도는 빨라야 하기 때문에 일반 상업용 배와는 건조기술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유도탄 고속함은 기존 군함과 달리 프로펠러 추진방식 대신 물을 뿜어 추력을 얻는 워터제트를 국내에서 개발해 처음으로 적용했다. 발전기도 최초로 국산기술을 적용 · 개발해 사용했다. 이런 핵심기술을 국산화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 탈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얻을 게 더 많으리란 점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수출 길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된다.
방위산업은 그 특성상 기술을 이전받기 매우 어렵다. 때문에 첨단 전투기와 같이 한 대에 수백억원을 주고라도 아예 통째로 수입해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군장비 국산화율이 대략 50% 미만이지만,그런 속에서도 국산화 기술 확보에 매진해 국내 기술로 T-50 고등전투훈련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 4억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으로 이어졌다. 또 최근엔 국내 무기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10억5000만달러 상당의 잠수함 수출도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올해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예상하는 것에 비춰보면 아직 방산 수출은 매우 미미한 형편이다. 독자적인 고유모델의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기술력이 달리는 게 큰 원인이다.
첨단기술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없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이전받기 어려운 기술도 많다. 핵심부품을 국산화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어렵다. 원본기술을 보유한 국가에서 수출승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승인을 간신히 받았다 하더라도 가격을 비싸게 요구하기 때문에 남는 장사가 되기 어렵다. 국방기술은 특히 핵심기술을 선진국이 독점하고,일반기술은 공급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부품은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원활한 무기수출뿐만 아니라 민간 기술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도 국산화는 중요하다. 전쟁 대비용 군용기술이 산업기술로 파급된 경우도 많다. 잠수함을 잡는 음향탐지 기술은 어선의 어군탐지 센서로,군용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기술은 민간선박이나 차량 내비게이션에 활용되고 있다. 전차장갑을 뚫기 위해 개발된 텅스텐 · 구리 복합재료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방열판으로 활용되고,KF16 전투기용 탄소 브레이크 디스크 기술은 민항기와 자동차,고속전철용 브레이크 디스크로 이용된다. K11 복합소총의 몸체 소재인 '스칸듐 함유 알루미늄 합금'은 인라인 스케이트나 골프헤드,야구배트 등 소비재로도 활용된다.
물론 기술적으로 실현가능하다고 해서 국산화를 모두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규모가 작고 기술적 파급효과도 미미한 상품은 국산화 추진이 오히려 비용만 키울 수 있다. 개발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장 규모가 작은 상품은 국산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완제품보다는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완제품 개발보다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무기 국산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여론의 지탄도 있지만 이는 후발주자로서 감내해야 할 수업료라고 본다. 더욱 완벽한 무기를 개발해가는 데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노대래 < 방위사업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