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현대로템 사장(사진)은 16일 "내년 상반기까지 KTX 산천의 안정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철도안전위원회가 이달 초 KTX 산천의 고장 원인이 철도차량 설계와 제작 결함에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KTX 산천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고속철로 2008년 11월 현대로템이 양산을 시작했다. 영업 최고 속도는 시속 330㎞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고속철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기술 개발에 500여억원을 추가로 들여 기술과 품질을 혁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철도안전위원회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10년간 독자기술로 KTX 산천을 개발했지만 운행 과정 등의 경험 부족으로 예견하지 못했던 실수들이 나타났다"고 털어놨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질책도 전했다. 이 사장은 "정몽구 회장이 철도차량 고장과 관련해 강한 어조로 질책하고 신속하게 결함을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현대로템 경영진이 책임지고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도 이어졌다"고 했다.

대응책과 향후 연구 · 개발(R&D) 등에 대한 투자계획도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 4월부터 고양에 있는 코레일 철도차량정비단에 180여명의 품질개선 전담 직원들을 상주시키면서 24시간 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작년 3월 운행 이후 올 7월 말까지 발생한 49건의 고장사고에 대해선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 향상을 위해 독일,영국,일본의 철도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R&D 관련 인원을 현재 340명에서 450명으로 늘리고 외국 전문회사의 컨설팅을 받아 기술자문체계도 구축할 것"이라며 "향후 3년간 고속철 핵심 기술 개발에 201억원,생산 및 기술 개선에 318억원 등 총 519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19일 창원공장에서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완벽품질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사장은 다만 철도차량 안정화와 기술 개선을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고속철은 210만개의 세부 부품으로 구성된 데다 선로와 전력설비 등 시스템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며 "회사의 명예를 걸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정화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