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미 레임덕 왔나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입만 열면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교육 · 토착 · 권력 분야의 이른바 '3대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건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인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위한 실천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비리 척결 의지가 무색하게 됐다. 핵심 측근인 김두우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으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연이어 대통령의 사촌형이 '4대강 이권'을 주겠다며 거액을 챙기다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사건이 터지고,정부의 무사안일로 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청와대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의 전형적인 패턴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임태희 대통령 실장을 통해 김 수석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고, 굳은 표정으로 "알겠다"고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에도 김 수석 사임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한 참모는 "김 수석의 결백 여부와 무관하게 임기 중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게 처음이란 점에서 정권이 받을 타격은 심각하다"고 했다.

김 수석 파문이 터진 직후 이 대통령의 사촌형인 이모씨(75)와 그의 아들 두 명이 대통령 이름을 팔아 이권사업 투자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피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자신했던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도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임기 말로 넘어오면서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도 청와대를 코너로 몰고 있다. 정부가 가을철 최대 전력 수요를 잘못 예측해 발전소 가동을 너무 줄였다가 전국적 정전 사태를 부른 것은 나사 풀린 정부의 단면을 보여줬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정전 조치에 대한 사전보고를 받지도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여당 요구에 밀려 감세방침을 철회하는 등 청와대의 정책 추진력이 떨어진 가운데 측근 비리마저 터져 앞으로 국정 장악력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