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구한 유로존…"응급처치 붕대 감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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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위상 높아졌지만 "근본 처방 아니다" 목소리
유럽 간 가이트너 "회의는 그만…빨리 행동하라"
유럽 간 가이트너 "회의는 그만…빨리 행동하라"
"일단 상처에 붕대를 감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파이낸셜타임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중앙은행(Fed),일본 중앙은행 등 5개 중앙은행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권에 3개월 만기로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공조한 데 대해 글로벌 금융계는 일단 환영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유로존 금융부문 불안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조치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긴장 완화' 심리적 효과가 주목적
글로벌 주요 5개 중앙은행이 유럽 은행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키로 한 데 대해 금융권은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ECB가 '위기해결사'로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도 나온다.
ECB 등의 이번 조치는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유럽 은행들의 숨통을 틔우는 효과가 기대된다. 3개월 만기 대출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주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는 '급전'을 구하던 유럽 은행권의 자금난이 해소되는 것.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안정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보다는 시장에 퍼져 있는 긴장을 완화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분석했다.
ECB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행보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ECB가 독일의 입김에서 벗어나 과감한 조치를 주도하며 위기해결사로서 위상을 굳혔다"고 평가했다.
◆실효성 회의론도
그러나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재정위기에서 유럽을 구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ECB 등이 '마지막 카드'까지 써버린 만큼 추가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권 추가 부실 가능성이 여전하고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도 여전하다.
경제적 실효보단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마이클 시먼드 다이와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들이 각국 정치인들에게 시간을 벌어준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가이트너 "EU · ECB 긴밀히 협력해야"
미국은 유로존 국가들이 위기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6일 폴란드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유럽 국가들은 지루한 대화를 끝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며 ECB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ECB가 지난달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매입 합의에 주저한 것과 유에르겐 슈타르크 집행이사가 최근 돌연 사임하면서 ECB 내에 불화설이 불거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회의 후 "8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구제금융 6차분 지원 여부를 10월 내에 확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