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위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절차가 시작됐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9일 성동조선해양에 명절비용 등으로 1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1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2500억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내달에는 채무 조정이 본격 실시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성동조선해양의 회계법인인 삼정KPMG가 경영정상화 계획을 들고 오면 이를 바탕으로 출자전환 및 감자 규모,이자율 감면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기존 주주들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물을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감자를 통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감자 · 대표이사 교체

본인(24.68%)과 관계사 성동산업(20.94%)을 통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창업자 정홍준 씨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대신 지난달 채권단이 선임한 하성용 총괄사장(60 · 사진)이 내달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은 대우그룹 출신으로 지난 3월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부사장과 고문 등을 지냈다. KAI는 외환위기 때 삼성 대우 현대그룹의 항공사업부문을 통합한 회사인데,하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이 회사의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하 사장이 전 직장에서도 구조조정과 출자전환 등을 오래 경험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은행 출신을 선임하는 것보다 회사 내 갈등 다독이기에도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조직 구조조정 계획

채권단은 또 성동조선해양 스스로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원가를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달 하 사장 취임 후 전사적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한 부분을 파악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부 조직 개편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수가 9000여명에 이르는 성동조선해양은 한때 잘나가는 조선사였지만 금융위기 후 선박 건조 주문이 줄면서 급격히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작년 말 부채가 자산을 1조2269억원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작년 8월17일 채권단과 2012년 말까지 차입금 상환을 유예하는 내용의 자율협약을 체결해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주 실적이 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치인 총 33척(20억달러)을 수주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