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형 60%,성장형 20%,현금성 자산 20%.'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를 거래하는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다. 적게는 10억원,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가진 이들 자산가의 주된 관심사는 보유한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투자수익률도 무리하지 않고 은행 예금 금리보다 다소 높은 연 7~8%를 추구한다. 핵심은 적절한 자산배분 비율을 유지하는 데 있다.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은 "고객들에게 전체 자산의 20% 정도는 항상 현금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포트폴리오를 짜 드린다"며 "전체 자산을 금융투자 상품에 넣어두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예기치 못한 하락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만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싼 값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1층에 문을 연 이 곳은 대한민국 상위 0.1% 수준의 VVIP급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변 센터장은 국내 프라이빗뱅커(PB) 1세대로 1990년대 초반 PB라는 단어가 생소했을 때부터 자산관리전문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강남지역본부장과 퇴직연금본부장을 맡았다가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자 미래에셋증권의 '선봉장'으로서 이번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변 센터장은 "종합 자산관리란 물질적 금전적으로뿐 아니라 고객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까지 신경을 쓰며 자산을 관리해주는 것"이라며 "아무리 높은 수익을 올려준다고 해도 작년에는 30%, 올해는 -20% 식으로 변동성이 크다면 고객의 건강을 헤치는 자산관리"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달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고액자산가들에게 무작정 저가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신중히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700까지 내려오기도 했지만 어디가 바닥인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없다"며 "괜히 바닥에 들어가려다 더 떨어져 맘고생을 하는 것보다 바닥에서 30~50포인트 높을 때 들어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도 1000포인트를 2번 찍었던 것처럼 저점 매수 기회는 2~3차례 찾아오기 때문에 안전하게 가다 반등 확인 후 분할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70대인 고액자산가들 스스로도 10억원을 더 버는 것보다 5억원을 잃는 것을 더 싫어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20% 정도의 현금성 자산은 연 3.5%의 종합자산관리계자(CMA)에 넣어두거나 일부를 3개월 혹은 6개월짜리 채권에 투자한다. 그러다 지금처럼 주식투자 매력이 높아졌을 때는 주식이나 펀드,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성장형 자산으로 옮겨탄다. 이후 성장형 자산에서 수익이 나면 다시 안정형과 성장형,현금성 자산 비중을 6:2:2로 맞춰놓는다.

매년 꾸준하게 연 7~8%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안정형 자산도 전통적인 은행 예금이나 국내 채권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변 센터장은 "안전자산이라고 꼭 확정금리형 상품에 넣어두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은행 예금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자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것이 브라질 채권이다. 브라질 국채는 비과세로 연 9%의 수익에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우리나라 환율이 브라질 헤알화보다 강세일 때는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환율 변동이 외화표시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변 센터장은 "우리나라 환율은 주기적으로 큰 변동을 겪기 때문에 외화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기회이자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며 "금융위기 때처럼 원화가 약세일 때는 보유하고 있던 해외채권을 팔아 환차익을 얻고, 강세일 때는 만기까지 들고가면 된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가 크다면 외화표시자산 내에서도 달러 20%,위안화 20%,엔화 20% 식으로 나눠 놓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비과세가 되는 원리금 보장형 변액연금보험이나 연 5.2% 확정금리형 채권 등을 안정형 자산으로 편입해두고 있다고 했다.

변 센터장은 주식에 직접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여윳돈으로 할 것을 권했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에게도 직접투자는 말리지만 원할 경우 전체 자산의 1~2%만 하도록 조언하고 있다"며 "금융자산이 10억원인 사람에게 1000만~2000만원은 모두 잃어버려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윳돈으로 하기 때문에 주식이 오를 때까지 들고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변 센터장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고액자산가들은 좋은 종목을 사서 2년이고 3년이고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며 "요즘 같은 시장에서도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