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강남 부자들의 투자성향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유럽발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부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포트폴리오 조정 타이밍

이정걸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금융자산이 10억원 정도 되는 부자들은 현재 주식형펀드,개별 주식 등 투자자산을 기존의 4억~5억원 수준에서 2억~3억원 정도로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4분기도 세계 경제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투자종목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한상언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도 "당분간 유럽발 뉴스에 따라 국내 주가가 출렁일 것"이라며 "투자비중 내 투자 종목도 리밸런싱(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B들은 선진국(미국,유럽) 지역 및 일부 수익실현 가능한 국내,이머징시장 중심의 주식형 펀드는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예금 및 유동성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고득성 SC제일은행 PB센터 이사는 "수익률이 좋지 않은 브릭스펀드나 중국 펀드 등은 과감히 처분하고 현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브릭스펀드나 중국펀드는 앞으로도 수익률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조정 시점도 관심이다. 고 이사는 "코스피지수가 1700~1800 수준일 땐 투자자산을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1800~1900 수준일 때 투자자산을 다소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 3.52% 하락한 1749.16을 기록했다가 16일엔 3.72% 상승한 1840.10을 기록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고 이사는 "너무 성급히 투자자산을 조정할 경우 주가가 또 올라 손해를 볼 수 있다"며 "1850수준일 때는 조정을 해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주가 조정 기간 중에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은 상품이나 3개월 미만으로 운영되는 신탁과 예금 상품으로 자금을 돌리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정걸 팀장은 "부자들은 브라질 채권이나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과 같은 상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나 대체적으로는 4분기 주가회복 시점을 기다리는 관망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면 외환은행 분당 야탑역 WM센터팀장은 "5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연 5~6%의 금리를 주는 우량기업 CP나 회사채에 투자를 하는 부자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2센터장은 "주가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주식형펀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연 5~10% 수익률만 거두고 파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금과 실물자산 중심의 자산 매입에도 부자들은 관심이 늘고 있다.

김정우 신한은행 PB고객부 차장은 "경기가 나빠질 경우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공급 측면의 문제로 여전히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농산물,비철 금속도 그동안 가격 폭락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리,철광석,석탄 등은 과거보다 생산량이 확실히 줄어들어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B들은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 유럽발 사태에 따른 환율 변동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주식이 빠질 때 환율이 상승할 경우를 대비해 달러화에 대한 투자 비중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면 팀장은 "실제 외화예금을 통해 달러를 가지고 있다가 최근 매도해 상당한 환차익을 거둔 부자 고객이 많다"며 "일부 고객은 달러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에 들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상언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머징 통화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