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해운의 회생계획 수정안에 대해 일부 회생채권자(무담보 선순위 채권자)들이 주주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때 발행하는 신주가격이 주당 10만원으로 정해져 채권액의 절반가량을 손해볼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오는 23일 열릴 예정인 2차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단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출자전환 주식 발행가 더 낮춰야"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은 7월 말 법원에 회생계획 초안을 제출했다. 회생채권자들의 원금 37%를 10년에 걸쳐 현금으로 상환하고 나머지 63%를 대한해운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 · 발행가 주당 14만원)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대해 회생채권자들이 "주주들에 비해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지난 15일 현금변제와 출자전환 비율을 40%와 60%로 조정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출자전환의 발행가도 10만원으로 낮췄다.

이에 대해 일부 채권자들은 "수정안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한해운의 16일 종가는 9940원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감자(자본금 감축)는 계획안 인가일을 기준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소액주주에 대해 5 대 1로 감자하면 이론상 주가는 5만원가량이 된다.

그런데도 출자전환 주식의 발행가를 10만원으로 정한 것은 주주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주주들과의 형평을 맞추려면 발행가를 주당 5만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계획안대로 실행되면 채권자들이 회수할 수 있는 돈은 원금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채권 이자율을 수정안에 제시된 연 6.12%,감자 직전 주가를 1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감자 후 대한해운 주가가 5만원이 되면 1억원을 투자한 회생채권자들은 5480만원만 회수할 수 있다.

대한해운과 소액주주들은 "회수율을 현재 주가가 아닌,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2만5000원을 기준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채권자의 회수율이 주주들보다 훨씬 높다"고 반박했다.

◆회생계획안 통과 될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생채권자들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나타난 회생계획 작성의 기본원칙인 '공정 · 형평의 원칙'을 대한해운이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 회사채의 발행 주관을 맡았던 현대증권 관계자는 "회생계획 수정안이 여전히 주주보다 채권자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생계획안 재수정을 법원에 요구할지는 채권자들의 의견을 받아 법률자문사인 법무법인 세종과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해운의 회생채권은 1조7000억원가량이다. 이 중 회사채는 2800억원이다. 계획안이 통과하려면 회생채권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회생채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선주들도 계획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계획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관계인 집회에서 수정안이 부결될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결의 일정을 다시 잡거나,법원 재량으로 강제 인가를 낼 수 있다. 회생 절차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곧바로 파산 선고가 내려지지는 않지만 채권자들의 재산권 행사가 이뤄지면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