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맛있는 걸 앞에 두고 생각합니다. '그윽한 풍경'과 '아름다운 것'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가장 좋은 그림 위에 겹쳐지지요. 그것이 인물화가 아니라 풍경화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것 앞에서도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이럴 때 시인은 '눈' 대신 '귀'를 엽니다. 외로움은 그리움의 등을 때리는 결핍의 종소리라는 것,'진짜 외로운 사람'은 그 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더 아파야 한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