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票의 포로' 되어선 안돼
지역·분야별 조직으로 힘 키워 다음 세대 稅부담 공약 저지
親李 단체라는 오해
현정부 전직 관료 모임서 출발했지만 나라발전 바라는 기업인 많이 참여
오세훈 前 시장도 영입하고 싶어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4월 총선,12월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줄지어 기다린다. 선거판이 벌어지면 활개를 치는 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재원이나 뒷감당은 안중에 없는 선심성 공약이 쏟아진다. 그 결과 경제는 멍들고,국가 장래는 어두워진다.
이런 포퓰리즘의 폐해를 막아보자는 '반(反)포퓰리즘 단체'가 출범했다. 지난달 31일 창립대회를 연 '더좋은 나라 포럼'이다. 이 포럼엔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종찬 ·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명박 정부에서 장 · 차관 등을 지냈던 사람들이 주로 참여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친이(親李)계 단체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들은 순수한 반포퓰리즘 단체라고 강조한다. 무상급식,무상의료와 같은 망국적 포퓰리즘을 보다 못해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이 포럼을 주도해 공동대표를 맡은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62)을 만나 이들이 왜 다시 뭉쳤는지,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들어봤다.
▼어떤 계기로 '더좋은 나라포럼'을 만들었습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장 · 차관을 지낸 사람들은 원래 '선진한반도포럼'이란 친목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이 120여명 정도 되지요. 그 모임 멤버 중 최근 난무하는 포퓰리즘을 그냥 내버려 둬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30여명이 뜻을 모아 '더좋은 나라포럼'을 준비한 겁니다. 여기에 같은 생각을 가진 외부 전문가 70여명이 동참했지요. 사실 작년 말 올초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지난달에야 창립대회를 갖게 된 겁니다. "
▼포럼을 '반(反) 포퓰리즘 단체'로 보면 되나요.
"맞습니다. 포퓰리즘에 반대하고,정책결정에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게 우리 포럼의 출범 취지입니다. 최근 서울시의 무상급식 이슈로 큰 소용돌이를 겪었는데요,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복지나 지역사업에 돈이 들어가면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합니다. 2만달러 소득이면 그에 맞는 지출을 해야지,3만달러 4만달러 수준으로 지출하면 나라가 멍듭니다. 고령화로 도움 받을 노령층은 늘어나고,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적어집니다. 앞으로 더욱 큰 일입니다. 이런 걱정 때문에 국정 경험이 있는 사람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를 대비하며 반포퓰리즘적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
▼일각에선 친이계 단체란 지적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열려 있습니다. 이번 정부 뿐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국정에 참여했던 분들도 환영합니다. 나라 발전을 걱정하는 분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반포퓰리즘을 표방하는 만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영입합니까.
"물론입니다. 앞으로 연락드리고 모실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앞으로 외연을 계속 넓혀갈 겁니다. "
▼외연을 넓히면 조직도 커질 텐데.
"지역별 지회도 두고,분야별 분과위원회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야 힘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반포퓰리즘을 국민운동같이 전개할 생각이거든요. 포퓰리즘적 정책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그게 관철되도록 하려면 국민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걸 위해선 조직이 더 확대돼야 합니다. "
▼지역별,분야별 조직을 만들면 정치적 영향력도 생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치적 영향력도 조금 있어야지요. 정치인은 특성상 포퓰리즘 정책이나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정치에선 표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중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듭니다. 정치인이 포퓰리즘의 포로가 되면 정부도 타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막으려면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세력의 힘도 필요합니다. "
▼앞으로 선거에서도 역할을 합니까.
"본질적으로 정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는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뭔가 역할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후보가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게 포퓰리즘적이고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는 불합리한 것이라면 과감히 지적하고,그런 것들이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게끔 나서서 운동할 겁니다. 반대 경우의 후보라면 합리적 공약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싱크탱크로서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같은 포퓰리즘적 공약들에 맞설 대안이 있습니까.
"한정된 자원을 갖고 국가를 운용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 아니겠습니까. 이걸 인정한다면 복지는 가장 적은 돈을 들여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요. 정부가 할 일은 복지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국방 치안 교육 행정 등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여기엔 기본적인 경비가 필요하지요. 때문에 정부 예산에 신축성이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복지도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맞춤형 복지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65세 이상 노인이 되면 자산과 관계없이 무조건 교통비를 보조해준다든지,기초노령연금을 주는 건 문제지요. 대기업 회장에게도 국민 세금으로 그런 돈을 나눠 주는 게 말이 됩니까. 안 받아도 불만 없는 사람들에겐 안 줘도 되는 겁니다. 머리를 잘 써서 디자인하고 꼭 필요한 곳에 복지예산이 집중되도록 해야지요. 그게 사회정의에도 맞는 것 아닙니까. "
▼무상복지는 포퓰리즘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중들에게 더 먹히지 않습니까. 당장 내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을 이기기 쉽지 않을 텐데요.
"맞는 말입니다. 선진국에서도 지금까지 어떤 정파가 포퓰리즘적인 과잉복지 슬로건을 내걸어서 선거에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선거에선 포퓰리즘이 무조건 이겨왔습니다. 우리도 잘 압니다. 그렇다고 포퓰리즘이 확산되도록 내버려둘 순 없지 않습니까. 일단 복지는 도입되면 축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선 겁니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자꾸 얘기하고,파장을 일으키다 보면 국민들이 자각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고비를 넘겨야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4만달러의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런 좋은 명분과 뜻을 관철시키려면 결국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 총선 후보까지 검토합니까.
"주도적으로 후보를 낸다기보다 회원 중에서 개별적으로 정치를 하고 싶은 분들은 적극 지원하려고 합니다.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한 명이라도 많이 국회에 진출하면 좋겠지요. "
▼내년 말 대선에서도 일정 역할을 할 생각입니까.
"거기까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요. 앞으로 2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열어 모일 생각인데,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에 대해 회원들과 논의할 겁니다.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요. "
▼발기인 명단을 보니까 기업인들도 꽤 있던데.
"처음에 출발은 20~30명으로 시작했다가 알음알음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서로 추천도 하고 해서 모인 겁니다. 그래서 기업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지요. 앞으로 여론에 영향력이 큰 언론인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와 공동대표를 맡았죠.
"그렇습니다. 거기에 여성 두분도 공동 대표로 모셨습니다. 김재옥 '소비자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회장과 함정현 한서대 교수(교양교육원장)이십니다. 고문은 김진홍 목사님이 맡아주셨는데,앞으로 몇 분 더 영입하려고 합니다. "
◆ 장태평 대표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등에서 재정과 세제 업무를 주로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행시 20회로 주로 예산과 세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초 '부처 간 국장 교류제도'를 통해 농림식품부(옛 농림부)로 건너가 1년8개월 동안 농업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그게 인연이 돼 이명박 정부 들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온화한 성품이다. 2001년에는'강물은 바람을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는 제목의 시조시집을 낼 정도로 문학적 조예도 깊다. 부인 강명희 씨(61)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주요 약력
△1949년 전남 무안 출생 △경기고,서울대 사회학과 △행시 20회,경제기획원 장관비서관(1990년) △농림부 농업정책ㆍ농업구조정책국장(2004년) △재정경제부 정책홍보관리실장(2005년)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2006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2008~2010년)
차병석/김정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