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영향으로 정시를 피해 수시로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주요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대학들은 고사장 확보 등 전형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짭짤한 전형료 수입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서울 11개 주요 대학의 지원자는 62만1047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32.86 대 1에 달했다. 지난해 27.94 대 1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 대학들을 포함해 수도권 33개 대학의 지원자는 103만7836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33.28 대 1(지난해 26.55 대 1)이었다.

◆쉬운 수능 · 미등록 충원 영향

'수시 전쟁'은 교육당국의 '쉬운 수능' 방침으로 1~2문제 실수로 등급이 바뀔 수 있다고 본 지원자들이 수시에 대거 몰린 때문이다. 수능이 쉬워지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 중위권 학생들이 상향 지원한 것도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미등록 충원이 허용됨에 따라 수시에서 추가합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중복지원 원인이다. 입시학원들은 그동안 중상위권 대학의 수시합격자 등록률이 평균 60~80%이었다며 나머지 20~40%를 추가모집으로 채울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히 작용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올해는 수시 미등록 인원을 충원하는 기간이 설정돼 합격선이 다소 하락할 수 있으며 이를 기대한 수험생들의 지원이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논술전형에 지원자 몰려

논술,적성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하는 전형의 경쟁률이 특히 치솟았다. 경희대(서울)는 논술고사를 치르는 일반학생 전형 700명 모집에 4만4136명이 지원,지난해(29.93 대 1)보다 경쟁률이 크게 높은 63.05 대 1을 기록했다. 반면 학생부 평가만 하는 교과우수자 전형은 지난해(26 대 1)보다 낮은 17.0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시립대는 논술형인 고교우수인재 전형의 경쟁률이 123.73 대 1로 지난해(29.24 대 1)보다 큰 폭 상승했고 숭실대도 일반학생(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지난해(20.55 대 1)보다 높은 64.21 대 1이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작년에 150~180분이었던 논술시험 시간이 올해 120분으로 단축되고 문항도 4~5개에서 2~3개로 줄었다"며 "논술 부담이 많이 줄어 학생들이 적극 지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학들 짭짤한 전형료 수입

대학들은 논술고사 등 시험장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성균관대는 논술형 사회과학계열 159명 모집에 1만7778명이 지원(112 대 1)하자 논술고사장 공간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대신 전형료 수입이 폭증해 즐거운 비명이다. 일반전형에 7만4353명,특별전형에 5643명이 지원한 고려대 안암캠퍼스는 전형료 수입으로 54억원을 챙겼다. 한양대 82억원,중앙대 50억원,연세대 45억원,동국대 22억원,이화여대 19억원씩이었다.

강현우/이현일 /하헌형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