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실사 끝낸 STX "인수 리스크 예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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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에 부정적 보고서
"반도체 업황 변동폭 커 시설투자 감당 못할 수도"
"본입찰 참여 고심 중"
STX, 채권단 깊은 불신…"아직 결정된 것 없다"
"반도체 업황 변동폭 커 시설투자 감당 못할 수도"
"본입찰 참여 고심 중"
STX, 채권단 깊은 불신…"아직 결정된 것 없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인 STX그룹 내부에서 "인수 리스크가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그룹 최고위 경영진에게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7주간 진행한 하이닉스 예비실사 결과다. 내달 24일 본입찰을 앞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내부에서 나온 것이다.
강덕수 회장 등 경영진은 아직까지 하이닉스 인수를 계속 추진할지,또는 포기할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STX가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닉스 인수 리스크 예상보다 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TX는 그룹 경영진에 올린 예비실사 보고서에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그룹이 감당해야 할 재무적 리스크가 당초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의견을 담았다.
보고서엔 반도체 시황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 앞으로 2,3년간 사업계획상의 예측치보다 실제 손익 폭이 최대 1조~2조원가량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비도 하이닉스가 매년 자체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EBITDA(법인세 · 이자 ·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들어 있다.
보고서에는 오름세로 돌아선 하이닉스 주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등 불확실한 세계 경제도 부정적인 외부 변수로 꼽았다. 한마디로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STX 관계자는 "적지 않은 임직원들이 하이닉스 인수를 걱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수 컨소시엄 파트너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영투자회사 아바르(AABAR)와의 관계가 중 · 장기적으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채권단이 7%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아바르가 절반에 해당하는 지분을 들고 있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STX "조만간 입장 정리"
이 보고서와 별개로 STX 내부에서는 외환은행 등 채권단에 대한 불신도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과정에서 채권단이 경쟁상대인 SK텔레콤 측에 더 많은 정보접근 권한을 주는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시장에선 STX가 하이닉스 본입찰 이전에 인수전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STX 고위 관계자는 "본입찰 참여나 포기 여부 등 어떤 입장도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며 "조만간 그룹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TX가 발을 빼게 되면 하이닉스 인수전은 또 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6월 "단독 입찰만 이뤄질 경우 2주 정도 입찰기한을 연장한 뒤,그래도 경쟁 입찰자가 없으면 단독 입찰자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STX가 불참해도 SK텔레콤과 인수협상을 계속 이끌어가겠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란 얘기다.
STX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SK텔레콤과 수의계약 형태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주식 매매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창민/이태명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