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현대·기아자동차와 독일 폭스바겐이 유럽자동차시장에서 ‘1만유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두 회사가 1만유로(약 1530만원) 이하의 소형차를 내놓거나 판매 방침을 굳히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주 개막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소형 해치백 모델인 ‘업(UP)’을 발표했다.가격은 9850유로로 책정했다.폭스바겐의 신형차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이다.폭스바겐의 기존 차량 중 최저가는 ‘폴로’로 1만2450유로였다.니혼게이자이는 “유럽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내년 초에 유럽형 저가모델을 내놓기로 하자 폭스바겐이 선수를 치고 나왔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는 내년에 9990유로짜리 소형차 ‘리오’를 유럽에서 판매할 계획이다.판매목표 대수는 8만대 이상으로 잡았다.리오보다 사이즈가 조금 더 작은 ‘모닝(수출명은 피칸토)’은 이보다 더 싼 8000유로대에 내놓을 방침이다.

한국과 독일 자동차 업계의 약진으로 일본 메이커들은 점차 유럽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올 1~8 월 중 현대차와 기아차의 유럽 25개국 판매 점유율은 4.9%로 전년동기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유럽시장의 절대강자 폭스바겐의 시장 점유율은 23%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반면 도요타 등 일본의 6개 대형 자동차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11.3%로 전년동기대비 0.5%포인트 줄었다.엔화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가격측면에서 한국 등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지난 7월 발효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며 “한국 메이커들이 일본 자동차업계를 위협하는 섬뜩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