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協, 포스코 해운업 진출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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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주가 직접 운영 땐 30개 중소형사 타격"
포스코 "대우로지스틱스 경영지원일 뿐"
포스코 "대우로지스틱스 경영지원일 뿐"
해운선사들이 "포스코가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해운업에 진출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해운선사들은 포스코는 철광석과 석탄 등 연간 약 1억t 이상의 수송 물량을 지닌 대형화주로,자가 해운업체를 운영할 경우 해운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본업에 충실해라"
해운선사들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의 이종철 회장(STX그룹 부회장)은 지난 16일 제주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형화주가 해운사를 차려 자회사의 물건을 직접 나르는 2자 물류는 해운업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대표적 요인"이라며 "국내 30여개 중소형 해운 업체들이 포스코 물량을 운송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는) 상당한 위협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포스코는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조선,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본연의 업무"라며 "국내 철강수요도 충족하지 못해 중국에서 일부 수입하고 있는데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다소 엉뚱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계열의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 정책금융공사,NH투자증권 등과 사모펀드(PEF)를 구성해 해운물류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의 지분 70%가량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은 약 20%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다 무산된 점을 들어 자회사를 통해 다시 해운업 진출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주 거래업체인 대우로지스틱스가 경영악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운 것일 뿐 인수를 위한 투자는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PEF에서 전략적 투자자는 대우인터내셔널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재무적 투자자"라며 "객관적으로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는 걸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법 개정 여부가 관건
현행 해운법 24조에 따르면 포스코 등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려면 해운업계 인사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운업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2013년 말까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규제 범위를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 규제에 대해 철폐해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지만 극단적인 무한경쟁이 맞는지,산업 간 경계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게 맞는지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이 산업 간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본업 이외 분야에 무분별하게 진출하기보다는 업종 고유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취약한 선박금융과 인력난 등으로 인해 국내 해운업이 대단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선박 금융의 안정적 지원을 위해 현재 정부와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제주=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