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개막해 25일까지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최고 볼거리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빅3'가 선보인 전기자동차다. 이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은 것은 "미래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자존심 싸움이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었다.

빅3의 전시관 경쟁도 눈길을 끌었다.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는 모터쇼장인 메세 아고라 광장에 역대 최대인 7만5000㎡(2만2600평) 규모의 전시관을 설치했다. 우주선 모양의 전시관을 짓는 데만 1400만달러를 들였다. 이에 뒤질세라 벤츠는 10만2257㎡(3만900평),BMW는 10만7639㎡(3만2500평) 규모의 부스를 자랑했다.

더 웅장하고 화려해진 전시관은 올해 모터쇼 슬로건 '보편화된 미래(Future comes as standard)',즉 친환경 소형 · 전기차 트렌드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1개의 컨셉트 전기차 옆에는 수억원짜리 대형 럭셔리카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었다.

현대 · 기아자동차 전시관은 이에 비해 각각 2000여㎡(600여평) 규모로 '소박'한 편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동급 최저 수준인 중형 왜건'i40',신형 'i30'를 소개할 때 내외신 기자들은 소박한 전시관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경력 20년째인 스위스의 자동차 전문기자 스테파노 페시아 씨는 기아차가 공개한 소형차 리오 3도어를 "폭스바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폭스바겐의 영업총괄 크리스타인 크링클러 부사장은 "현대 · 기아차는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다. 성능과 품질이 우수하고 멋진 디자인도 갖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이 "앞으로 10년은 현대차의 10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것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각국 기자들의 반응이었다.

글로벌 5위인 현대 · 기아차는 경쟁업체에 비해 연비가 뛰어난 소형차에 강하다. 이미 아반떼는 미국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링카인 도요타의 코롤라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발효 이후 유럽에서도 또다른 기회를 맞았다. 전통적으로 중 · 소형차에 강한 유럽 자동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폭스바겐에 두려운 경쟁자 되려면 내부 역량을 한데 모으는 일만 남았다.

장진모 프랑크푸르트 / 산업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