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산업은 '외로움을 먹고 크는 산업'이죠.소득수준은 많이 높아지고 저출산,고령화에 독신 가정이 늘고 있는 한국에서 애견산업은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겁니다. "

최근 서울 양재동에서 국제적 애견 선발대회인 'FCI(국제애견연맹) 아시아퍼시픽 섹션 도그쇼'를 성공적으로 치른 박상우 한국애견연맹 총재(72 · 사진)는 19일 "그동안 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열리던 이 대회가 올해 처음 한국에서 열린 것도 '애견국'으로서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북 순창 출신인 박 총재는 1966년 행정고시 4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주 EC(현 EU) 대표부 농무관,주미 대사관 농무관,산림청 차장 등을 거쳐 1995년 농림수산부 차관을 지냈다. 2005년부터 연맹 총재로서 국내 개들의 혈통을 보존하고 애견 관련 직종의 인력을 양성해왔다. 유럽 미국 등에서 경험한 선진 애견문화를 국내에 적극 들여온 인물이기도 하다.

박 총재는 "개와는 오래전부터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변변한 놀거리도 없는 산골에서 자란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기르던 진도개였다. 매일 개를 끌고 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꿩이나 토끼 사냥을 했다. 그는 "열 살 때 인민군들이 잡아먹겠다며 개를 빼앗아가 며칠을 울던 기억이 난다"며 "1960년대 단칸방에서 가난한 신혼생활을 할 때도 개를 키우며 힘든 삶을 이겨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 인연이 그와 애견연맹을 맺어줬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국제 공인기구인 FCI는 '개고기를 먹는 나라' 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300여종이 넘는 국제 공식 견종 중 한국 개는 한 종류도 없었다.

박 총재는 이 같은 상황을 조금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영국,일본,미국 등 FCI의 대표 회원국들과 교류를 늘렸고,진도개의 공식견종 등록 작업에도 속도를 붙였다. 그런 노력 끝에 2005년 7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FCI 총회에서 진도개를 세계애견연맹의 334번째 공식 견종으로 등록시켰다. 박 총재는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한 작은 보은"이라며 "이후 진도개가 한국의 대표 개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도개 외에도 풍산개,삽살개 등 훌륭한 한국 개들이 많지만 아직 국제적으로는 소외된 견종"이라며 "혈통 보존과 표준 확립을 통해 공인 견종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해 전 세계에서 '애견 관광'을 위해 몰려드는 '애견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