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트룬CC(파72)가 국내 프로골프대회 사상 가장 어려운 코스로 셋업됐다. 국내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점을 감안해 코스 난이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

연습라운드를 돈 선수들은 한결같이 "코스가 길다"며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은 올해 열린 코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코스라면서 언더파 스코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시즌 여자 대회 사상 최장 코스

이번 대회 코스 전장은 6712야드다. 올해 국내 여자 대회 코스 가운데 6700야드가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여자 대회 코스는 길면 6500야드 정도이며 평균 6200~6400야드로 조성된다. 올해 가장 긴 코스는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린 골든베이리조트로 6564야드였다. 알펜시아는 이보다 150야드 더 긴 셈이다.

국내 최장타자로 소문난 이정은은 "알펜시아는 파72가 이븐파가 아니라 파75를 이븐파로 봐야 한다"며 "커트가 2라운드 합계 10오버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이 치러진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는 6702야드,웨그먼스LPGA챔피언십이 개최된 뉴욕 로체스터의 로커스트힐CC(파72)는 6506야드,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린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는 6490야드였다.

◆롱아이언과 우드 잘 쳐야 좋은 성적

이번 대회는 '롱게임'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파3홀에서 대부분 롱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한다. 이승현은 "파3홀이 어렵다. 15번홀은 177야드였는데 4번 아이언이나 유틸리티우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린 왼쪽에 해저드가 붙어 있어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무조건 보기"라고 강조했다.

문현희는 "3번홀(파5 · 577야드)에서 드라이버 치고 3번 우드 치고 유틸리티 우드로 3온을 했다. 파3홀은 길고 그린 주변에 해저드가 있다. 8번홀 180야드 파3홀에서는 5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13번홀(파4 · 410야드)은 롱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로 2온이 가능한데 해저드 쪽으로 그린이 누워 있어 볼이 흘러내린다. 서비스홀이 하나도 없다"고 털어놨다.

◆쇼트게임도 승부의 관건

긴 클럽을 사용할 경우 '온그린 확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번 대회는 결국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세이브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장이 될 수밖에 없다. 심현화는 "코스가 길기 때문에 아이언이나 유틸리티 우드를 잘쳐야 한다. 아울러 그린을 놓치면 파를 세이브해야 하기 때문에 쇼트게임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빠른 그린도 위협적이다. 김하늘은 "그린 주위가 딱딱하다. 어프로치샷을 할 때 채가 파고 들어가지 못해 까다롭다. 그린도 빨라 예상보다 많이 구른다"고 덧붙였다. 유소연은 "그린에 볼을 올렸다고 해도 안심하면 안 된다. 퍼트를 잘해야 한다. 장타자가 유리하겠지만 그렇다고 단타자라도 불리하지 않다. 마무리 퍼트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코스 상태는 최상

올해 국내 골프장들은 여름에 내린 폭우로 인해 코스 곳곳이 유실되고 그린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다.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는 코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2주 전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린 골든베이리조트는 손상된 그린이 TV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알펜시아는 최적의 코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유소연은 "최근 궂은 날씨로 골프장들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알펜시아는 컨디션이 너무 좋아 놀랐다. 메이저급 대회 답게 난이도가 높고 코스 관리가 잘돼 있어 챔피언십다운 대회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혜용은 "알펜시아는 평소 라운드할 때 카트가 페어웨이로 자유롭게 들어간다. 그런 상황에서도 코스 상태가 최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