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이 은행권에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LIG건설 인수차입금을 넘겨받으면서 늘어난 차입금을 상환할 재원이 필요한데다 장기 차입금 비중을 늘려 재무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신디케이트론을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그룹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은 LIG그룹 신디케이트론의 주관사 업무를 맡아 참여 은행을 모집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 규모는 5000억원 안팎으로 이달 말까지 관련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의 금융회사로 구성된 대주단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말한다. 여기에는 하나은행도 참여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주관은행으로서 전체 금액의 상당부분을 맡게 될 예정"이라며 "참여 은행을 모집하는 초기 단계로 몇몇 은행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입주체는 LIG(옛 LIG홀딩스)로 자회사인 LIG넥스원 지분이 담보로 제공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체인 LIG넥스원은 LIG그룹의 핵심 제조기업이다. 수주확대와 안정적인 매출 덕분에 기업신용도도 높은 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차입금의 장 · 단기 비중을 조정하고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룹 차원에서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달된 자금의 일부는 기존 은행 차입금에 대한 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3월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인수차입금이 LIG로 이전됐다.

LIG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988억원에서 4000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LIG는 순수지주회사인 탓에 대부분 현금유입을 자회사 배당금 등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 상환재원 마련이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기관투자가의 풋옵션이 행사되면서 자금소요도 있던 것으로 안다"며 "그룹 차원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고 장기 차입금 위주로 재무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디케이트론 참여를 검토중인 시중은행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LIG그룹이 LIG건설의 기업어음(CP) 부당 발행으로 검찰에 고발조치가 이뤄진 상황인 만큼 LIG그룹에 대한 추가 대출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