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연말쯤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끝내고 롱텀에볼루션(LTE) 방식의 4세대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에서 9월30일 2세대 서비스를 끝내겠다는 KT의 계획은 불허했지만 일단 서비스 폐지 계획을 접수하고 2세대 가입자의 전환 추이를 지켜본 뒤 서비스 폐지를 허가하기로 했다. 2세대 서비스 폐지를 절반쯤 승인한 셈이다.

KT의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KTF 시절부터 제공하고 있는 PCS 서비스를 말한다. KT가 2세대 서비스를 서둘러 끝내려고 하는 것은 4세대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KT로서는 4세대 LTE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2세대 서비스를 끝내고 2세대용으로 쓰고 있는 1.8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20메가헤르츠(㎒)를 LTE 서비스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방통위가 일단 KT의 2세대 서비스 폐지를 나중에 허가하기로 한 것은 KT가 경쟁사들과 같은 해에 4세대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위해서다.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지난 7월1일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KT는 현재 와이브로 서비스를 '4세대'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4세대 서비스로는 LTE를 주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 KT의 2세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는 30만명.이 가운데 15만명이 01X 번호(011,016,017,018,019 등)를 쓰고 있다. KT는 4세대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지난 4월 2세대 서비스 폐지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했지만 당시엔 가입자가 너무 많아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3세대 전환을 적극 유도해 작년 말 139만명이던 2세대 가입자를 30만명까지 줄였다.

방통위는 KT 2세대 가입자의 3세대 전환 노력은 인정했지만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시민단체들이 10만명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아직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KT가 가입자 전환 노력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11월이나 12월쯤엔 2세대 서비스 폐지를 허가할 수 있고,2세대 폐지와 동시에 4세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KT는 2세대 서비스를 끝내지 않고는 연내 4세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900㎒ 대역 주파수 20㎒와 800㎒ 대역 10㎒를 확보하고 있지만 당장 4세대용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 800㎒ 대역은 대역폭이 10㎒로 좁은 데다 내년 7월 이후 사용할 수 있고,900㎒ 대역은 세계적으로 LTE 서비스용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실치 않아 선뜻 사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2세대 가입자 30만명 중에는 굳이 3세대로 전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음성통화만 잘 터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가입자라면 요금이 더 비싼 3세대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01X 번호 사용자들로서는 3세대 서비스로 전환하면 3년 후에는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바꿔야 한다는 것도 꺼림칙하다.

KT가 2세대 가입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 때문이다. KT는 3세대 전환 가입자에게 단말기를 무료로 교체(아이폰4는 2년 약정)해주고 24개월 동안 월 6600원씩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가입을 해지하거나 다른 통신사로 전환하는 가입자에게는 일시불로 7만3000원을 보상해준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3세대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가입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가입자가 일정 수준으로 줄어들면 정부가 서비스 중단을 허가하게 된다. 주파수 자원이 한정돼 있어 기술 진화에 맞춰 용도를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1월이나 12월쯤 방통위가 2세대 서비스 폐지를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