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이투자증권은 국민연금에 '잘 보인' 덕분에 4000만원의 추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국민연금 실무자에 밉보여 5700만원의 수수료 수입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런 사실은 19일 국민연금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은수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나타났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09년 4분기 거래증권사를 선정하며 하이투자증권은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렸다. "하이투자증권의 사장이 평소 연금공단에 많이 '협조'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실무자가 상가집에서 국민연금 직원에게 "처음 뵙겠다"고 인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음날 국민연금 직원은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는데 한국투자증권 실무자가 상가집에서 처음 인사를 하더라"며 정성평가 점수를 8.90점에서 7.04점으로 조정하게 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동부증권도 '괘씸죄'로 불이익을 당한 사례다. 국민연금이 소유한 청풍리조트 이용권을 증권사에 강매한 사실을 지난해 국회에 제보했기 때문이다. 당초 평가에서 거래증권사에 포함됐던 동부증권은 이 사건으로 인해 탈락했다. 이에 따른 손실은 3700만원이었다.

대신증권은 자회사 때문에 4000만원을 벌었다. 국민연금이 퇴직 후 대신자산운용으로 옮겨간 전 간부를 배려해 대신증권의 등급을 A등급에서 S등급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형사라는 이유만으로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돼 7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 증권사의 영업담당 이사가 국민연금 직원 2명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해당 증권사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