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투시 검색
세상 모든 뉴 미디어는 포르노그래피와 더불어 발전한다고 한다. 인쇄기가 발명되자마자 음란서적이 쏟아졌고,사진기가 나오기 무섭게 음화가 나타났으며,영사기 및 전화가 등장한 즉시 성인영화와 폰섹스가 생겼고,초기 비디오시장의 70%가 성인비디오였다는 것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인터넷 대중화가 시작되던 1998년,미국에선 제니캠(JenniCam.org)이란 사이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니퍼란 22세 여성 웹 디자이너가 자기집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에 찍힌 장면을 20분마다 전송하던 건데 주로 먹고 자고 일하는 화면이었음에도 불구,하루 50만명이 방문했다.

젊은 여성의 집 내부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유혹은 그렇게 엄청났다. 비슷한 때 국내에선 'O양 비디오 사건'이 터졌다. 한 여성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겼다는 소문이 나자 인터넷의 '인'자도 모르던 사람들이 해당 동영상 파일을 다운로드받기 위해 밤낮없이 컴퓨터와 씨름했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를 통한 집단 관음증 광풍에 개인의 인권은 오간 데 없었다.

몰래카메라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 일부 공항에 도입한 전신검색기 검색 승객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는 소식이다. 전신검색기는 신체의 은밀한 부위까지 드러나는 것임에도 불구, 김포공항에선 여성이 남성의 10배,제주공항에선 1.7배나 됐다는 것이다. 가슴과 배를 눌러주는 기능성 속옷을 입거나 신체 특정 부위(배꼽 · 가슴)에 피어싱을 한 일본인 여성관광객이 늘어서라는 해명이지만 보안을 빙자한 악용 내지 남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아무리 뛰어난 첨단기술로도 감추고 속이려는 자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영국에선 적외선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기술이 개발됐고, 국내에선 전국의 방범용 CCTV가 2년 새 4배 이상 늘어났지만 범죄는 거의 줄지 않았다는 마당이다.

미국에선 결국 올가을 안에 신체 윤곽만 선으로 표시하는 새 검색 시스템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전신검색기의 경우 자칫 테러리스트는 못찾고 애매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불쾌감만 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과 편의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슬픈 세상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