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업계가 철근 공급을 중단했다. 철근값 인상을 놓고 건설사들과 갈등을 빚어온 탓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 대한제강 한국제강 등 국내 7대 제강사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내수시장에 대한 철근 선(先)출하를 잇달아 보류했다.

이들은 건설사뿐 아니라 철근 유통사에도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해 시중에 철근의 신규 공급이 모두 끊겼다. 건설업계가 유통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철근을 조달할 가능성까지 차단하기 위해서다. 관수 긴급 물량은 정상 공급한다.

철근가격은 '선출하 후정산'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다. 제강사가 일단 예정된 물량을 건설사에 납품한 뒤,매월 말 t당 가격을 결정해 건설사로부터 대금을 결제받는 구조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생산 비용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건설사들이 조직적으로 제품값 입금을 거부하는 등 신뢰가 무너져 출하 보류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근의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미국산 일본산 등 수입 제품이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국내 철스크랩 시세도 보합을 멈추고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달 산업용 전기료가 6.3% 인상되고,유럽발 재정위기로 원 · 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7% 이상 상승하는 등 경영여건이 총체적으로 악화됐다고 제강업계는 주장했다. 제강업계는 지난 7월 말 철근 납품가(고장력 10㎜ 기준)를 t당 80만원에서 85만원으로 5만원 올렸지만,건설사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인상분이 공급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철강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이달 초부터 "제강사들이 추석 연휴 이후 철근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소문이 상당히 퍼진 상황이었다.

인천의 한 철근 유통상은 "공장 출하가 불가능해 하치장에 있는 재고 물량만을 출하하고 있다"며 "비축해둔 재고로 장기간 버틸 수는 없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철강사들이 철근값을 일방적으로 큰 폭으로 인상하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보름 정도의 재고를 비축한 상태여서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되면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강사들의 철근 공급 중단은 작년 4월과 10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임현우/이정선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