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체들의 매출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벌크선 업황을 놓고 '바닥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운 업황 전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STX팬오션 등 해운업체에 대한 주가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벌크선 업황 바닥 논란

업체별 비중이 다르긴 하지만 국내 해운사들의 매출은 크게 두 부문에서 나온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부문이다. 컨테이너선은 공산품 등을,벌크선은 석탄 같은 원자재나 곡물 등을 실어 나른다. 글로벌 해운 업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2009년 급격히 악화됐다가 지난해 '반짝 회복'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운임이 약세로 돌아서는 등 재차 부진에 빠졌다.

하반기 들어서는 부문별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회복 기미가 없는 반면 벌크선 부문은 개선 조짐이 나오고 있다. 벌크선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발틱건화물지수(BDI)가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급반등한 데 따른 것이다. BDI는 지난달 2일 1253에서 이달 16일 1814로 한달 반 새 44.7% 급등했다.

벌크선 업황이 올해 바닥을 찍은 것이냐를 놓고 증권사별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승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일 "최근 단기 급등한 벌크선 운임은 향후 급락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벌크선 업황은 올해를 기점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벌크선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벌크선 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STX팬오션에 대해선 1만2000원의 목표주가와 매수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노후 벌크선에 대한 해체 작업이 급증하고 있고 △신규 벌크선 공급량 증가율이 고점을 찍었으며 △중국의 철광석 · 석탄 수입량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벌크선 업황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2013년까지 발주 잔량이 많아 벌크선 공급 과잉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며 "만일 BDI가 2000까지 상승하면 신조 선박 인도가 가속화되고 노후 선박 해체는 줄어들어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구조조정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STX팬오션 목표주가로 9000원을 제시했다.

◆컨테이너선 업황은 부진 지속

벌크선과 달리 컨테이너선 시황은 여전히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구본욱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올 상반기 국제 컨테이너선종합운임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5% 하락한 데 이어 올 7~8월에도 18.0% 내렸다"며 "유럽 재정위기 확대 등으로 인한 선진국 경기침체로 컨테이너선 업황은 중장기적으로 개선 가능성이 낮고 관련업체들의 신용위험은 다소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컨테이너선 업체에 대해 저가 매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과도한 주가 하락으로 저가 메리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진해운은 연초 고점 대비 60% 넘게 떨어져 있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은 내년부터 1만3000TEU급 등 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투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도 달성할 것"이라며 2만15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