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력거래소는 발전소 입찰에 떨어진 곳이라 해도 참여하기만 했다면 이들을 전력공급량에 포함시켰다. 이같은 전력공급량의 부풀리기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줄이기 위한 편법의 일환이었다. 전력공급량을 부풀리는 것으로 예비력은 충족시키면서도 실제 발전기 가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대로 줄여 만성 적자를 낮춰보자는 속셈인 것이다.

◆공급능력 600만㎾나 부풀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공급능력은 '발전사업자가 입찰을 통해 거래시간별로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을 뜻한다. 하지만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강창일 의원은 정부가 밝힌 공급능력엔 정전대란이 일어난 전날 발전입찰에 참여했지만 높은 연료비 탓에 탈락해 실제 공급이 불가능한 발전기 발전량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발전 입찰을 통과하려면 낮은 연료비와 빠른 가동시간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발전소가 발전가동 하루 전날 오전 10시에 있는 발전입찰에만 참여하면 이들 조건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급능력'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실제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난 15일 정부가 밝힌 공급능력은 7071만㎾,최대전력수요(전력피크)와 예비력은 각각 6400만㎾,671만㎾이었다. 하지만 강 의원은 예측수요의 오차,발전기 불시고장 등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력을 뺀 순수한 공급능력은 6480만㎾에 그쳐 공급능력을 600만㎾나 부풀렸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책임론 확산

전력 공급 능력과 예비력에 대한 허위 보고 논란이 오가는 가운데 근본적인 책임은 지식경제부에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한전의 누적 적자에 대한 책임 공방에선 한발 빼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도 한전의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 무산에 따른 손실 책임을 정부가 아닌 사장 개인에게 물었는데도 지경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데 따른 항의 차원에서였다.

지경부가 최근 기름값 대책,산업자원 협력 등의 업무만 중시하면서 전력관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엔 소홀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이번 정전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상기온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이미 9월 들어 나타나는 늦더위 현상은 더 이상 이상기온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통상적인 날씨 패턴이 됐다는 것.

하지만 전력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지경부의 전력수급과는 지난 7일 '올여름이 전력난이 없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발전소 고장률 70%를 감소시킨 덕분에 설비 고장으로 인한 전력 공급 차질을 최소화시켰다"며 사실상 여름철 전력관리 업무를 종료했다.

◆'허위 보고'책임공방도

한편 이날 국감장에선 정전 관련 책임공방이 오가는 중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의원들의 추궁에 발끈하기도 했다.

최 장관은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전력공급능력 조작은 관행으로서 지경부가 이를 묵인한 것은 사실상 국민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이라고 말하자 "국무위원한테 허위보고를 했다니요. 그 말씀에 책임질 수 있어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당황한 강 의원은 "장관은 '대고석죄' 해야 함에도"라며 '석고대죄'를 잘못 말하기도 했다.

격한 상황으로 치닫자 김영환 지경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최 장관은 이후 여러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존경하는 강 의원님께 사과를 드린다"고 다시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지하게 상호 존중하면서 문제 해결방안을 찾는 쪽으로 국감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