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의 인수 추진 중단 선언으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향방은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됐다. 인수전 경쟁 상대인 SK텔레콤은 19일 STX의 결정과 관계없이 계속 인수를 추진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9일까지 벌인 예비실사 결과와 입찰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며 "본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크게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과 STX 등 인수 후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날 신주 발행 규모를 종전 최대 10%에서 14%로 늘려주는 안까지 내놨는데 STX가 중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빠른 시일 내에 모여 △유효경쟁 입찰이 성립하도록 입찰 기간을 연장하거나 △SK텔레콤의 단독 입찰을 허용하거나 △유찰시키는 등 세 방안을 놓고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단독 입찰을 허용하기보다 새로운 인수 후보를 끌어들이는 노력을 한 뒤 여의치 않으면 단독 입찰을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법적으로 하이닉스에 대한 단독 입찰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은 국유 재산을 매각할 때 유효경쟁 입찰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두 차례 이상 유찰된 경우 단독 입찰을 인정하고 있다. 채권단은 2009년 9월과 작년 1월 하이닉스 매각을 시도했으나 참여 기업이 없어 무산됐다. 2009년에는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참여했으나 채권단이 단독 입찰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포기했다.

시장에선 채권단이 단독 입찰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격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효성이 비판 여론에 밀려 인수를 포기했던 전례도 있는데,법적으로 허용된다고 다시 단독 입찰을 허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도 "단독 입찰 허용 여부는 여론 향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에 매각이 무산되면 대선 정국이 끝나는 내년 이후에나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안대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