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하이닉스 인수 왜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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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中東자금 무산·부정적 보고서에 결단
세계경제 불확실성 커져…年 수조원 시설투자 부담…UAE 아바르와 협상 결렬
세계경제 불확실성 커져…年 수조원 시설투자 부담…UAE 아바르와 협상 결렬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주말부터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그룹 내부에서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리스크가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내용의 보고가 올라오면서다. 컨소시엄 파트너로 거론돼온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 회장은 19일 오후 결단을 내렸다. '하이닉스 인수'라는 꿈을 접기로 했다.
STX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향후 반도체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부담을 하이닉스 인수 중단 이유로 들었다. 반도체 시황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고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비를 매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엔 버겁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과 유럽 등 불확실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금융위기를 맞게 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됐던 한화가 금융위기 이후 인수를 포기하고 계약 이행보증금 지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게 대표적인 예다.
오름세로 돌아선 하이닉스 주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채권단이 본입찰 후에 시가를 반영해 신주발행 가격을 산정하고 구주매각 가격까지 신주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국영투자회사 아바르(AABAR)와의 협상이 무산된 점도 주요한 인수 포기 이유로 일려졌다. 아바르 측이 정보기술(IT)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약속했던 투자를 유보했다는 후문이다.
STX 측은 "투자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인수 추진 중단의 배경"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바르 측이 STX의 인수전 참여 자체에 긍정적이지 않은 의견을 막판에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TX는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FI)로 아바르를 유치해 자사가 인수 금액의 51%를 부담하고 나머지 49%를 아바르가 맡는 방식으로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짜왔다.
일각에선 경제 불확실성,반도체 투자부담,자금조달 난항 등의 이유와 함께 비우호적인 외부 여론도 STX가 하이닉스 인수를 중도 포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실사 과정에서 채권단이 경쟁상대보다 STX 측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 주가는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에 이날 장중 10.19%까지 올랐다가 3.82% 오른 1만6300원으로 마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STX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향후 반도체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부담을 하이닉스 인수 중단 이유로 들었다. 반도체 시황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고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비를 매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엔 버겁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과 유럽 등 불확실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금융위기를 맞게 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됐던 한화가 금융위기 이후 인수를 포기하고 계약 이행보증금 지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게 대표적인 예다.
오름세로 돌아선 하이닉스 주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채권단이 본입찰 후에 시가를 반영해 신주발행 가격을 산정하고 구주매각 가격까지 신주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국영투자회사 아바르(AABAR)와의 협상이 무산된 점도 주요한 인수 포기 이유로 일려졌다. 아바르 측이 정보기술(IT)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약속했던 투자를 유보했다는 후문이다.
STX 측은 "투자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인수 추진 중단의 배경"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바르 측이 STX의 인수전 참여 자체에 긍정적이지 않은 의견을 막판에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TX는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FI)로 아바르를 유치해 자사가 인수 금액의 51%를 부담하고 나머지 49%를 아바르가 맡는 방식으로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짜왔다.
일각에선 경제 불확실성,반도체 투자부담,자금조달 난항 등의 이유와 함께 비우호적인 외부 여론도 STX가 하이닉스 인수를 중도 포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실사 과정에서 채권단이 경쟁상대보다 STX 측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 주가는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에 이날 장중 10.19%까지 올랐다가 3.82% 오른 1만6300원으로 마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