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의 장단기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로 인한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고, 유럽계 자금 추가 이탈 등 파장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S&P는 이탈리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단기 등급은 'A-1+'에서 'A-1'로 각각 한 단계씩 낮췄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제시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유럽과 미국시장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충격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워낙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박스권 하단(1700~1750)을 이탈해서 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한치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미 예견된 이슈였긴 하지만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정 부분 하방경직성은 확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리스 추가 지원 합의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기대 등을 고려하면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실사단의 그리스 추가 지원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고, 한 단계에 그쳐 여전히 'A' 등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가 아예 문제가 없었던 국가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후 시장은 충격을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등급 강등은 가장 후행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가 시장에서 소화된다면 지수는 낙폭을 줄여가는 형태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 FOMC를 앞둔 시점에서 이에 기대 요인도 지속될 전망이고, 이에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하기 보다 박스권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위 아래로 100포인트 범위 내에서 움직일 전망인데 그 이상으로 하락할 경우 매수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아울러 이날 장중 외국인 매매 동향과 원·달러 환율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영향을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장중 증권 및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동향을 보고 추가적인 유럽계 자금 이탈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장중 외국인 투자가 매매 기조와 함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권시장의 외국인 동향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하면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신호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시장에서 일정 부분 예상하고 있던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을 단순 재료 노출로 판단할지, 혹은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다소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 김효진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