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와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 등이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와 역외 중심의 달러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전거래일보다 24.5원 급등한 11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29일 기록한 1146.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올 들어 최고치다.

20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은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환율의 방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환율의 급변동을 고려한 대응방안들을 하나둘씩 내놨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안타깝세도 전날 장중에 대두했던 일부 아시아계 자금의 채권시장 이탈 여부나 즉각적인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환율의 상승세가 고착화될 것인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책 기대감이 하단을 지지하고, 그리스 우려가 상단을 제한해 1700~1900선 사이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가정한다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환율 상승에도 타격이 제한적일 종목군에 대한 탄력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철강업종의 경우 환율상승은 약간 부정적이지만, 국내 구매비중이 높은 현대하이스코에는 긍정적이란 진단이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10원 상승을 가정하고 영업이익 민감도를 분석해보면 동국제강이 8% 감소, 포스코가 3% 감소, 현대제철이 2% 감소, 현대하이스코는 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하이스코는 전체 매출액의 약 29%가 수출이고, 원재료 중에서 수입비중은 28%로 추정돼 환율상승은 약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높아지면 수출 혹은 내수가격 인상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경감될 것으로 봤다.

CJ제일제당은 환율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고, 호텔신라는 환율과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주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시 CJ제일제당의 주당순이익(EPS)는 1% 가량 줄어든다"며 "또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부채에 대한 기말 평가손익까지 감안하면 EPS는 최대 1.8%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호텔신라의 국적별 매출액 비중은 내국인 49.5%, 중화권 22%, 일본 21%, 기타 외국인 7.5% 등으로 예상된다"며 "내국인 50%, 외국인 50%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더라도 원·위안과 원·100엔이 상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출 구성을 볼 때 환율 변동에 대한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