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출신이 왜 상주 中企로 갔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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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지방 中企에 답 있다 - (2) 光촉매필터 업체 '나노'
수도권大와 산학 교류…일과 배움 동시에 만족
직원 60%가 35세 미만, 단계적 복지 확대로 근로자 의욕 고취시켜
수도권大와 산학 교류…일과 배움 동시에 만족
직원 60%가 35세 미만, 단계적 복지 확대로 근로자 의욕 고취시켜
경북 상주에 위치한 '나노'(대표 신동우).199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공기정화에 쓰이는 광(光) 촉매 필터를 생산한다. 2009년 미국 오리건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곽주섭 주임(28)은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젊은 나이지만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바이어들을 상대하고 해외 공공조달 시장도 노크,수차례 낙찰받는 성과도 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의 소개를 받아 나노에 입사했다. 하지만 처음 지방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선 그를 뜯어 말리기에 바빴다. 해외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왜 대기업이나 해외기업을 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곽 주임은 "갈등도 있었지만 꿈을 펼치기 위해 미련 없이 상주행을 택했다"며 "대기업에 갔다면 지금 같은 업무 만족과 성취를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배움'이 공존하는 일터
나노는 직원 60명 중 약 60%가 곽 주임 같은 35세 미만의 젊은이다. 해외 명문대 졸업생과 수도권 인력도 상당수다. 최근 3년간 채용한 신입사원 15명 중 그만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지방 기업임에도 이같이 젊은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신동우 대표는 '끈끈한 산학협력'을 꼽았다. 그는 "서울 · 수도권 대학 교수들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좋은 인재들을 소개받아 왔다"며 "학생들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입사해 중도 이탈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배움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도 인재를 모으는 유인책이다. 공부를 더 하기 원할 경우 학비를 제공하고 학업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인정해준다. 직원 3명이 입사 후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현재 4명이 학위이수 중이다. 신 대표는 "학위 논문 연구 분야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로 지정해 지금껏 특허등록 10건,SCI 논문 10편 등을 냈다"며 "이렇게 개발한 기술로 제품 원가를 절감하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복지 확장…직원 의욕 고취
복지도 젊은 이들을 배려했다. 지역 연고가 없는 사원에겐 무료 기숙사를 제공하고,사내 풋살장 등 운동시설을 만들었다. 또 아침 식사를 거르는 젊은 직원들을 위한 '10시 티타임'을 정례화하기도 했다. 이런 배려가 직원들의 금전적 · 심적 부담을 덜어줬을 뿐 아니라 애사심도 키우게 했다.
신 대표는 "자금 사정이 열악한 지방 중소기업의 특성상 한번에 고임금과 복지를 약속하기는 어렵다"며 "비전과 복지 공약을 함께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해 갈 것"을 조언했다. 나노의 경우 2009년 '향후 10년 내 대졸 초봉을 5000만원에 맞추겠다'고 제시한 후 현재까지 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초임을 인상하고 있다. 올해는 10년 이상 근무자 자녀 두 명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새 공약을 내놨다.
마케팅팀 사원 신정현 씨(27 ·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는 "회사의 비전과 약속을 믿고 따라가며 성장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라며 "지방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