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됐고, 장중 기관도 매수 우위로 전환한 덕이다.

20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26포인트(0.29%) 오른 1826.20을 기록 중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6거래일 만에 하락한 가운데 장 시작 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약세로 장을 출발해 한때 1800선을 밑돌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세가 장 초반부터 들어왔고,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상승세로 방향을 틀어 한때 1830선을 웃돌았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였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정책 기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이다.

S&P는 이탈리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단기 등급의 경우 'A-1+'에서 'A-1'로 각각 한 단계씩 낮췄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제시했다.

외국인이 사흘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 88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잇다. 기관이 장중 순매수로 돌아서 191억원 '사자'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은 1235억원어치 매물을 내놓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증시 우군이 되고 있다.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의 콘탱고 경향이 강화되면서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 현재 차익거래는 1717억원, 비차익거래는 507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2224억원 매수 우위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된 화학, 전기전자, 보험 등의 상승세가 양호하다. 증시 반등에 힘입어 증권도 1%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통신, 철강금속, 은행, 섬유의복, 건설 등은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다. 삼성전자, 기아차, 삼성생명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LG화학 등은 떨어지고 있다.

STX그룹주들이 하이닉스 인수 추진 중단 결정에 상승하고 있다. 2%대 상승한 STX메탈을 비롯해 STX,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하이닉스 인수 추진 계획을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1%대 하락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은행주들이 하락하고 있다. 2%대 밀린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우리금융, 신한지주, 외환은행 등이 내림세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95포인트(0.42%) 상승한 464.79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는 460선 초반으로 밀려 내림세로 장을 출발했으나 이후 수급 주체들의 매매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수급주체들이 다소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13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14억원, 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업종별로 4% 넘게 뛴 출판·매체복제를 비롯해 통신장비, 종이·목재, 인터넷, 소프트웨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이 오르고 있다. 반면 섬유·의류, 코스닥 신성장기업, 유통, 기계·장비 등은 하락하고 있다.

제4이동통신 관련주들은 현대그룹의 컨소시엄 참여 기대에 상한가로 뛰었다. 기산텔레콤, 영우통신, 서화정보통신, 쏠리테크는 모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철도주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 기대에 힘입어 강세다. 세명전기가 13% 넘게 올랐고, 리노스, 삼현철강, 대아티아이 등이 4∼8%대 급등했다.

한편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15원(1.07%) 뛴 1149.1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틀째 상승한 환율은 이날 장중 1150.00까지 뛰어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