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여성들이 틱톡 브랜드의 시계를 찾는 것은 케이스가 아주 작아 앙증맞은 제품에서부터 남성용 시계를 방불케 할 정도로 큰 시계 등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 컬러가 있기 때문이다. 틱톡은 아직 유명브랜드라고 할 수 없지만 여대생 등 젊은 층이 즐겨찾으면서 점차 이 분야에서 브랜드 파워를 높여가고 있다. 계영주 대표는 "틱톡 판매량이 10년 전에는 월 200~300개 수준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2000~3000개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고 밝혔다.

틱톡은 서울 동대문 부근 신당동에 있는 ㈜창고의 디자인 제품이다. 동대문 도매상가를 통해 국내외로 팔려나간다. 주로 패션소품점에서 취급한다. 이 회사를 창업한 계 대표는 남들이 사양산업이라고 부르는 시계를 패션아이템이자 성장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인이다.

그가 시계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홍콩 출장이 계기가 됐다. 서강대 정외과를 나와 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벨기에 루벵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한 계 대표는 증권회사에서 일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자 이제 사업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리라 마음먹고 아이템을 찾아다녔다. 마침 친형이 모 다국적 기업의 홍콩지사장을 맡고 있어 홍콩을 몇 차례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홍콩은 시계 왕국이었다. 명품시계는 스위스 등 유럽 몫이었지만,대중적인 시계의 대부분은 홍콩이 공급했다. 계 대표는 모바일기기 보급으로 시계 수요가 줄어든다고 해도 제품 자체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게다가 홍콩시계전시회에서 본 시계는 마치 동화 속의 세계처럼 그를 사로잡았다. 보석이 박힌 시계,정밀기계장치처럼 내부가 훤히 보이는 시계,금줄 은줄로 치렁치렁 장식된 시계,어린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박힌 시계 등 다양했다.

그는 시계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1995년 서울 삼성동에서 창업했다. 회사명은 창고로 정했다. 다양한 시계를 가득채운 창고처럼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취급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사명이다. 이때가 37세.처음 2년 동안은 고생이라는 것을 몰랐다. 창업자금도 두둑하게 있었고 토털패션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남품했는 데 생각보다 수주가 쉬웠다. 대부분 30세 전후의 여성인 토털패션 아이템 담당자와 홍대 앞이나 인사동 등지에서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면 디자인 방향이 결정됐고 수주로 이어졌다. 그대로 홍콩으로 발주하면 됐다. 마침 주거래처가 급성장하면서 수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업이 이렇게 쉬운 것인데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할 정도였다.

수주가 급증하다보니 몸으로 때우는 일도 많았다. 대표라고 책상에만 앉아있을 순 없었다. 박스를 직접 날랐다. 납품이 끝나서 쉴 만하면 또 다시 주문이 밀려들었다. 주말과 밤낮없이 일해야 했다. 몸은 고단해도 행복했다.

하지만 1997년 말 몰아친 외환위기는 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경기가 냉각되면서 토털패션업체가 어려움에 처했다. 덩달아 수주도 뚝 끊겼다. 서울 신대방동 허름한 다세대주택 지하실로 옮겨 무려 3년 동안 어려움을 버텼다. 그 뒤 방향을 틀었다. 자체 유통망과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전환했다. OEM 방식은 바이어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틱톡(TICTOC)으로 정했다. 바늘 소리를 딴 것이다. 남대문에 유통망을 구축했다. 당시만해도 남대문시장이 시계 유통의 중심지였다. 그 뒤 시계 도매상권이 점차 동대문으로 옮겨가자 남대문 매장을 폐쇄하고 동대문에 3개의 도매점을 열었다.

동시에 디자인을 강화했다. 산업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대졸자를 뽑아 홍콩시계전과 바젤시계박람회 등에 보내 디자인 트렌드를 연구하도록 했다. 패션에 민감한 20대 여성을 상대로 취향을 조사해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모든 디자인의 컨셉트를 젊은 여성에 맞췄다. 케이스 밴드 문자판 등 다양한 부문에 패션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밴드만 해도 금속 가죽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채택했고 금속의 경우 스테인리스 스틸,황동,티타늄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썼다. 컬러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이를 다양하게 조합했다.

점차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틱톡시계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각지의 패션점들이 동대문 틱톡 도매점을 찾아왔다. 중국 등지의 보따리상들도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며 사갔다.

계 대표는 "명품시계 업체들은 대부분 몇가지 극소수 디자인으로 승부하지만 우리가 개발하는 모델은 1년에 약 30~40종에 이르고 현재 취급하는 모델은 200여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이 매달 두세 개꼴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디자이너의 컴퓨터 화면에는 시계의 케이스 문자판 디자인과 함께 밴드의 재질 컬러를 매칭시킨 도면이 나타난다. 이를 홍콩업체에 보내면 최종 디자인이 확정되고 샘플을 받아 검사를 거친 뒤 발주하게 된다.

계 대표는 "여대생 등 20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도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계는 기계적인 요소와 디자인 요소가 결합돼 아주 까다로운 사업 분야"라며 "아무리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해도 고객들의 불만은 생기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더욱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가(中價)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디자인과 품질은 명품에 버금가는 제품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등을 가미한 토털패션이다. "어차피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에서 한걸음 나아가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만큼 지난 16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토털패션에 뛰어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동안 시계는 틱톡과 티하임(T*heim) 두 가지 브랜드로 사업을 해왔는데 만약 토털패션에 뛰어든다면 이에 걸맞은 새로운 브랜드도 만들 생각이다.

"여러 사람이 시계는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뛰어난 패션감각을 갖춘다면 오히려 성장산업이 될 수도 있다"며 "트렌드를 이끄는 디자인과 품질을 양대 축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