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 수장들이 저축은행의 뱅크런(급격한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직접 계좌 개설과 2000만원 예치 등의 현장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

예금자들 사이에선 '한심한 쇼'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고,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2000만원이란 금액이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김석동 위원장이) 토마토2저축은행에 2000만원을 예금했지만, (이 돈 이라면) 영업정지 돼도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정지가 돼도 가지급금 금액에 해당하는 20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그 자리에 오신 분들 중 5000만원 이하 고객들도 많이 왔기 때문에 2000만원을 예금한 것이며, 필요하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5000만원 이상) 추가로 예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각각 명동점, 선릉점, 부산본점을 방문해 2000만원씩 예치해 예금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선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토마토2저축은행 2000만원 정기예금에 가입했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님. 영업정지 되어도 2000만원 바로 돌려줍니다. 5000만원 초과 예금해도 (저축은행) 믿을까 말까 입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들이 3000만원을 입금했으면 이 정도로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며 "가지급금 2000만원 찾고 1000만원이 묶여야 우리들의 심정을 알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런 금융당국 수뇌부들의 '쇼(?)' 탓인지 전날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의전국 5개 지점엔 예금자들이 몰려 하루종일 예금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영업마감전까지 416억원이 인출됐다. 토마토2저축은행은 전날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이 9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토마토2저축은행 서울 선릉지점에서 2000만원을 예치한 데 이어 이날에는 대전지점을 직접 방문해 예금자들에게 예금 인출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처를 당부했다.

권 원장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이하 예금의 원리금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예금자들이 막연한 불안 심리에 따른 예금 인출 요구가 집중될 경우 토마토2저축은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토마토2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신중하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직자 사회에선 2000만원도 큰 돈"이라면서도 "최근 잇따른 비리 혐의로 금융당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가지급금 수준인 2000만원 예금으론 사태 해결의 진정성을 부여하기 어려워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