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원로 가수 조니 알리데가 2006년 세금에 못이겨 스위스로 이주하겠다고 밝히자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40여년간 1억장 넘는 음반을 판매했을 만큼 인기를 끈 스타였기 때문이다. 세수를 늘리려 부유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거부표시였다.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사르코지까지 "연예인들이 성공한 후에도 프랑스에서 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과세는 강행됐다. 알리데는 프랑스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동안 충분한 세금을 납부했다. 이젠 더 이상 낼 여력이 없다. "

미국에서도 연예인 세금은 걸핏하면 문제가 된다. '블레이드' 시리즈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는 탈세와 소득누락으로 3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소득 3억8000만달러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가 국세청에 걸려들었던 거다. 그는 얼마전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당하고 말았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니컬러스 케이지도 영화제작사를 통해 개인 경비를 분식처리했다가 세금과 벌금을 물었다.

방송인 강호동과 배우 김아중이 소득세 탈루로 수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가수 인순이도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 2008년 국세청 조사 과정에서 소득액을 실제보다 줄여 신고한 것이 드러나 거액을 추징 당한 모양이다. 세 사람 모두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톱스타들이다. 특히 인순이는 국가청렴위원회 조사에서 '청렴한 이미지의 연예인'으로 선정됐던 터라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연예계 특성상 과세의 기준이 되는 '필요 경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애매하긴 하다. 식사비만 해도 연예활동과 관련된 회식을 했다면 필요 경비지만 개인적 친분으로 만났을 때는 필요 경비로 보기 어려운 식이다. 매니저와 함께 쓰는 각종 경비와 의상 구입,차량 유지,미용 등의 비용을 부풀려 신고했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예인은 말과 행동이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표적 공인이다. 톱스타가 되면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광고료와 부가소득까지 올리는 게 보통이다. 우리 주위엔 세금 납부는 물론이고 이웃을 발벗고 돕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기부까지는 몰라도 소득에 대한 세금은 제대로 내야 팬들 앞에 설 자격이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