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데 한국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제가 2005년 한국의 금융 · 증권감독 법제를 공부해 중국 증권법에 적용시킨 게 큰 도움이 됐지요. "

최근 방한한 쑹다한(宋大涵 · 사진) 중국 법제판공처 주임(장관급)은 기자와 만나 "국가 간 법제 정보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법제판공처는 한국의 법제처와 같이 법률의 법적 적합성을 심의하고 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작업을 하는 부처다. 성격은 비슷하지만 권한은 더 강하다는 게 법제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법제처는 행정부가 발의한 법안만을 심의하지만,중국 법제판공처는 공산당과 행정부의 모든 법안을 검토하고 필요 시 거부권을 행사한다.

쑹 주임은 2005년 첫 방한 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를 방문했던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당시 중국 금융시장은 규모 측면에선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지만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부 대형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의 투기성 거래로 인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금감위에서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금마련,증권감독기구의 권한 확대 등 금융시장 관리 법률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고 이를 중국 증권법에 그대로 반영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중국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와 같은 위급상황이 왔을 때 타국의 경험이 반영된 법제 정보를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쑹 주임은 한국 경제 시스템의 강점을 '유연함'에서 찾았다. 쑹 주임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신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이 비슷한 만큼 이런 부분과 연관된 법제도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는 2007년부터 법제 정보 교류를 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의 법제 교류가 더 효율적이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법령의 흐름은 최근 '발전'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쑹 주임은 "무조건 많은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현재 중국 내 거주하고 있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 사회변혁도 안정을 추구하면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제도 선진화' 작업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법제도 선진화'는 법률 용어를 쉽게 바꾸고 접근성을 높이며 규제를 철폐하는 등의 작업이다. 쑹 주임은 "법률은 인민들에 의해 장악되고 좌지우지돼야 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원칙"이라며 "각종 규제로 옥죄는 것이 아닌 인민을 돕는 방향으로 법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