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붕괴 가져올 '설탕 관세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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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덤핑시장으로 전락 우려, 물가안정 희생양…합리적 조정을
지난 7일 기획재정부는 40개 독과점 및 서민밀접 품목 등에 대한 기본 관세율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관세율 인하폭이 특히 눈에 띄는 품목은 설탕이다. 40개 대상품목의 관세율 평균 인하폭이 3.9%포인트인 데 비해 설탕의 관세율은 현행 35%에서 5%로 인하해 그 폭이 가장 크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관세율 인하의 배경으로 독과점 산업의 국내외 경쟁촉진 및 서민생활 물가안정의 지원을 들었다. 설탕 관세율 인하에 따라 설탕과 관련 제품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특정 제품의 관세율 인하를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그 인하 정도가 지나쳐 외국 제품에 가격경쟁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제공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붕괴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국 산업의 붕괴를 가져오지 않으면서 물가안정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설탕 관세율의 대폭적 인하는 이런 합리적 균형점에서 벗어나 자칫 국내 설탕산업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고,그 결과 오히려 설탕 관련 제품의 가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첫째, 설탕산업의 보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책 경향을 보자.세계 각국은 보조금 지급,고율의 관세 부과,최저가격제,수입허가제 등의 관세 · 비관세 장벽을 쳐서 기반산업의 하나인 설탕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관세 · 비관세 장벽을 통해 자국의 설탕산업을 보호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시장에서 불공정한 덤핑수출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각국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설탕 관세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는 형편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의 경우 설탕 관세율이 무려 113%(반덤핑 상계관세 적용치 포함)이고 일본,미국은 각각 70%, 51%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예 설탕을 수입할 수 있는 권한을 제당업체에만 줘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덤핑 공세로부터 자국 제당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덤핑 수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EU조차도 수출된 물량이 역내 시장에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85%의 높은 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
둘째,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설탕산업의 특성 면에서 보더라도 수입관세를 갑자기 기존의 7분의 1 수준으로 인하하는 이번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설탕의 관세율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5% 수준으로 인하하게 되면,우리나라의 설탕시장이 세계 메이저 설탕 제조사들의 가격덤핑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셋째, 과거의 경험과 통계에 비춰볼 때 설탕의 관세율 인하에 따라 제빵,제과,음료 등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들 제품의 원재료비 중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며,설탕 가격을 10% 인상할 때 0.3~0.5%의 원재료비 상승 요인만 생기기 때문에 직접적인 제품가격 변동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에서 11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설탕가격 하위 4위에 속하며,설탕값은 조사국 평균가격에 비해 16%나 낮은 수준이어서 설탕값을 두고 물가안정이나 관세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설탕소비량은 2009년 기준 26㎏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약 75㎏인 것을 감안하면 설탕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먹거리다. 세계 각국이 자국 설탕산업의 발전과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홀로 관세율을 대폭 인하해 세계 메이저 설탕 제조사들의 덤핑공세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자국 산업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적절한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한만수 < 이화여대 법학 교수 >
기획재정부는 이번 관세율 인하의 배경으로 독과점 산업의 국내외 경쟁촉진 및 서민생활 물가안정의 지원을 들었다. 설탕 관세율 인하에 따라 설탕과 관련 제품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특정 제품의 관세율 인하를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그 인하 정도가 지나쳐 외국 제품에 가격경쟁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제공함으로써 자국 산업의 붕괴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국 산업의 붕괴를 가져오지 않으면서 물가안정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설탕 관세율의 대폭적 인하는 이런 합리적 균형점에서 벗어나 자칫 국내 설탕산업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고,그 결과 오히려 설탕 관련 제품의 가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첫째, 설탕산업의 보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정책 경향을 보자.세계 각국은 보조금 지급,고율의 관세 부과,최저가격제,수입허가제 등의 관세 · 비관세 장벽을 쳐서 기반산업의 하나인 설탕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관세 · 비관세 장벽을 통해 자국의 설탕산업을 보호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시장에서 불공정한 덤핑수출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각국이 식량 안보 차원에서 설탕 관세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는 형편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의 경우 설탕 관세율이 무려 113%(반덤핑 상계관세 적용치 포함)이고 일본,미국은 각각 70%, 51%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예 설탕을 수입할 수 있는 권한을 제당업체에만 줘 사실상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덤핑 공세로부터 자국 제당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덤핑 수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EU조차도 수출된 물량이 역내 시장에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85%의 높은 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
둘째,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설탕산업의 특성 면에서 보더라도 수입관세를 갑자기 기존의 7분의 1 수준으로 인하하는 이번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설탕의 관세율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5% 수준으로 인하하게 되면,우리나라의 설탕시장이 세계 메이저 설탕 제조사들의 가격덤핑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셋째, 과거의 경험과 통계에 비춰볼 때 설탕의 관세율 인하에 따라 제빵,제과,음료 등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들 제품의 원재료비 중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며,설탕 가격을 10% 인상할 때 0.3~0.5%의 원재료비 상승 요인만 생기기 때문에 직접적인 제품가격 변동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에서 11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설탕가격 하위 4위에 속하며,설탕값은 조사국 평균가격에 비해 16%나 낮은 수준이어서 설탕값을 두고 물가안정이나 관세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설탕소비량은 2009년 기준 26㎏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약 75㎏인 것을 감안하면 설탕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먹거리다. 세계 각국이 자국 설탕산업의 발전과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홀로 관세율을 대폭 인하해 세계 메이저 설탕 제조사들의 덤핑공세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자국 산업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적절한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한만수 < 이화여대 법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