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급등했던 국제 펄프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일 제지업계와 코리아PDS에 따르면 지난 13일 핀란드옵션거래소(FOEX)에서 유럽 침엽수(NBSK) 펄프가격은 t당 967.75달러를 기록했다. 한 주 전보다 7.15달러(0.73%),한 달 전보다 25.41달러(2.56%) 내린 것이다. 국제 펄프가격의 기준이 되는 유럽 NBSK 시세는 올 2분기엔 t당 1000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1023.1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최대 시장 유럽 수요 위축

펄프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원자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하락세는 '급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유럽 활엽수(BHKP) 가격 역시 2개월 전 t당 920달러에서 799달러로 떨어졌다. 또 미국 NBSK(t당 971.43달러)와 중국 NHKP(679.12달러)가 한 달 전보다 각각 1.5%,2.3% 내리는 등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펄프가격 하락은 글로벌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최대 수요처인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펄프 소비지표가 8월에 전달보다 13% 급감했다"며 "글로벌 상위권 업체들이 공급 오퍼 가격을 15%가량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펄프 생산자 재고는 2009년 3월 이후 2년반 만에 최대 수준(42일치)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펄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택형 코리아PDS 연구원은 "현재 국제 펄프가격 하락 추세를 보면 유럽 침엽수 기준으로 t당 900달러대 초반 정도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 시장 수요가 꾸준한 편이어서 추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지회사 숨통 트이나

국제 펄프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한솔제지 한국제지 등 백상지를 많이 생산하는 업체들의 올 하반기 경영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펄프 구매와 투입에는 약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이번 펄프값 하락의 영향은 4분기에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분기는 달력과 선물 포장지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여서 종이산업의 가장 큰 성수기로 꼽힌다.

다만 펄프를 거의 쓰지 않고 고지(古紙) 사용 비중이 높은 제지업체들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무림P&P와 같이 종이와 펄프를 동시에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