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주요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국회 국정감사 기간 일제히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표면상으로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지만 국정감사 기간에 증인으로 불려나가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어윤대 KB금융 회장,이팔성 우리금융 회장,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이미 워싱턴에 도착했거나 조만간 출국할 예정이다.

어 회장은 20일 출발해 IBM 포럼에 참석한 뒤 IMF 총회가 열리는 워싱턴으로 향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이 회장은 19일 이미 출국했으며 한 회장과 강 회장은 23일 출국 예정이다. 금융지주 회장들만 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18일),조준희 기업은행장(21일)도 각각 워싱턴에 집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이들이 워싱턴으로 떠난 사이 한국에선 20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23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각각 열린다. 금융회사 CEO들이 IMF 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매해 가을마다 있는 관례지만 이번에는 묘하게 국감과 시기가 겹쳤다. 금융회사 CEO들로서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보좌해 IMF 총회에 참석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 덕에 이번에는 소환당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IMF 총회가 바람막이가 돼 준 덕분에 금융회사 CEO급으로서 국감장에 출석하는 이는 김종렬 하나금융 사장과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 2명만 남게 됐다. 김 사장은 20일 금융위 국감에 출석,'론스타에 1조5000억원 대출을 해 준 것의 적정성'에 관해 증언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외환은행 매각 및 배당금 과다문제에 관해 20일 금융위 국감에서 증언해 달라고 요청받았지만 거부했다. 대신 김지원 외환은행 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