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외국인의 갑작스러운 이탈 가능성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가파른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며 2008년 말과 같은 금리 급등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국고채 금리는 만기별로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하락한(채권 가격 상승) 연 3.49%를 나타냈다. 반면 5년물 금리(연 3.61%)는 보합을,10년과 20년물 금리는 각각 0.03%포인트 오른 연 3.82%와 연 3.92%로 최종 호가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4일 연중 최저인 연 3.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높아지면서 3거래일 동안 0.2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언제 금리가 뛰어오를지 몰라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이라며 "이날 금리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추가 상승에 앞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 정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태국계 자금의 이탈 루머로 각각 0.11%포인트와 0.12%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루머와 달리 외국인은 5700억원의 채권을 순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이날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채권을 되레 산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안도하는 모습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환율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대량 이탈을 꾸준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여파가 커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월30일~11월18일 0.98%포인트 급등한 경험이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