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서비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IT 시스템을 기획 및 구축하고 운영하는 업종으로 기업의 전산 투자에 따라 업황이 좌우된다. 지난 몇 년간은 경기 침체로 기업의 IT 관련 투자가 줄면서 IT서비스 시장 역시 축소됐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그리드,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등 새로운 차원의 기술이 개발되고 고객 정보 보호 등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T서비스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국내 IT서비스 산업 규모는 1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4% 초 · 중반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다.

국내 IT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빅3'인 삼성SDS,LG CNS,SK C&C가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3개 업체는 안정적인 계열사 매출을 바탕으로 조기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수익 구조를 갖췄고,비계열사 매출도 점차 늘리고 있다. IT서비스 업체는 짧게는 1~3년에서 길게는 5~10년의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빅3'의 과점 형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IT서비스 업체 간에는 인수 · 합병(M&A)도 활발하다.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신규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려는 것이다.

IT서비스 산업은 전통적으로 계열사 물량 등 내수시장에 의존해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IT서비스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쿠웨이트 유정시설 관련 보안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4억4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IT서비스 기업의 해외 수주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삼성SDS는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ITS와 전자정부 관련 프로젝트를 여러 건 수주했다.

LG CNS는 2500만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범죄정보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전자정부,사회간접자본 시스템,보안 부문 등의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 C&C도 7650만달러 규모의 아제르바이잔 ITS 구축 사업을 비롯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 C&C는 인도의 IT서비스 기업인 마힌드라 새티암과 제휴를 맺었고,중국 모바일 결제 및 ITS 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IT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 간에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울 만큼 저가에 수주하는 출혈 경쟁마저 벌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IT서비스 업계에는 호재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보안 관련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몇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사고에 대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농협 현대캐피탈 SK커뮤니케이션즈 삼성카드 등에서 보안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인식이 달라졌다. 오는 30일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 정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SK C&C가 100% 자회사인 인포섹을 통해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보안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IT서비스 기업의 가치도 재조명받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가치가 부각됐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이 IT 아웃소싱,모바일 결제,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부문에서 확보한 기술력은 소프트웨어 전성시대를 맞아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국내 IT서비스 업계는 지금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과거 IT서비스 기업은 계열사 물량에 의존하는 '천수답' 기업의 성격이 강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수익성은 낮았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시장은 포화 상태가 됐지만 해외 진출이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활발한 M&A로 규모의 경제도 달성했다. 앞으로 IT서비스 기업은 안정적인 계열사 매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한 신성장 사업과 해외 사업이 어우러지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위원 ks1.choi@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