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깜짝 방문했다.

국내 대기업 회장이 삼성전자 사옥을 직접 찾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6시간 이상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함께해 여러 관측을 낳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기업 간 협력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은 이날 이 사장과 권오현 사장의 안내를 받아 2시간가량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둘러봤다. 이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도착해 디자인센터를 찾았다. 이 사장이 서초동 사옥까지 동행하면서 정 회장 일행을 안내했다. 서초동 사옥에선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함께했다.

정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은 디자인센터를 둘러본 뒤 김 실장,이 사장 등 삼성 경영진과 오후 6시부터 서초사옥 VIP식당에서 세 시간가량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는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박준현 삼성증권 사장,고순동 삼성SDS 사장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만찬이 끝난 오후 9시께 김 실장과 이 사장은 정 회장 일행을 정문까지 나와 배웅했다. 이날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이건희 회장은 정 회장 일행이 방문하기에 앞서 퇴근했다.

포스코 임원들이 이 사장에게 "나중에 야구장 같이 가시죠"라고 하자 이 사장은 "광양으로 축구 한번 보러 가야죠"라고 답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삼성 관계자는 "정 회장의 방문은 이 사장이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들른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영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 역시 "정 회장이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은 주요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10만t 안팎의 철강재를 소비하는 포스코의 주요 고객사다.

이 사장은 앞서 벤치마킹 차원에서 지난 4월25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열연공장과 통합모니터링센터(IMC)를 둘러봤다. 이 사장의 포스코 방문은 처음이었다. 정 회장은 작년에도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찾은 적이 있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손잡았던 삼성과 포스코의 경영진 간 교류가 지속되면서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더 긴밀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과 포스코는 물류,에너지,소재 사업 등에 공통적인 관심을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두 회사가 물류나 소재 분야에서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거나 회사 인수를 추진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과 이 사장의 연이은 만남은 두 회사가 단순한 철강재 공급사와 고객사의 교류 차원을 넘어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찾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의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는 이 사장과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정 회장의 관심사 역시 일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이태명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