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9일.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내 아들이 군 복무하러 갔지,정권의 허수아비가 되기 위해 간 건 아니잖아요"라는,한 어머니의 말을 내보냈다. 촛불시위 진압에 반대,근무지를 이탈한 이모 의경 사건을 보도 중이었던 만큼 그에 동조하는 듯 비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전 · 의경을 정권의 허수아비로 매도하는 일부 촛불시위 참가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취지로 한 말을 정반대 상황에 갖다 붙인 셈.'왜곡은 없었다'고 우기던 제작진은 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명백한 잘못이자 실수라며 공개 사과했다.

앞서 2004년 3월엔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편집 방송으로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 탄핵 지지 집회에서 사회자 송만기 씨가 언어적 살인의 예로 든 부분을 '고등학교도 안나온 영부인'식으로 방송한 것.이 역시 왜곡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송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송씨의 손을 들어줬다. '거두절미한 채 보도한 건 편집권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라는 판결이었다.

호사다마인가,방송의 고질병 재발인가.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 K3'(이하 슈스케3)가 자의적 편집 논란에 휩싸였다. 톱10에 진출한 예리밴드가 사실과 다른 방송으로 개인과 밴드의 명예 모두를 훼손됐다며 항의,파장이 커졌다.

원본 영상 공개 결과 앞뒤 맥락 고려 없이 말을 뚝 자르고 없던 대목이 삽입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에서 사과했으나 최종예선까지 올라간 팀의 이탈과 참여 거부를 부를 만큼 반발을 산 편집은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슈스케3는 국내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참가 신청자만 197만명에 달했고,공중파와 케이블TV를 통틀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대박의 가장 큰 요인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이지만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화려한 편집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악마의 편집이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엄청난 촬영분량을 압축하려면 생략이 불가피하다지만 ,그렇더라도 재미나 화젯거리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토씨 하나로도 느낌이 상반될 수 있는 게 말이고, 그 말 한마디에 개인의 인격과 자존심은 짓밟힐 수 있다. 방송의 생명은 공정성과 객관성,그리고 정확성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