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회사의 본업을 망각한 채 60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저축은행들은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주식에 투자하게 하는 주식매입자금(스탁론)을 1000억원 이상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1일 경기도 일산의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에 제일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이 6000억원 이상의 불법 대출한 것을 적발,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제일저축은행은 고양터미널 건설에 2002년부터 1600억원,에이스저축은행은 4500억원을 대출했다. 두 저축은행은 처음엔 고양터미널 사업에 300억원씩 대출했으나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연체가 쌓여 이자 회수가 어렵자 돈을 빌려줘 기존 대출 이자를 갚도록 하는 증액대출 수법도 썼다. 16회에 걸친 대출로 두 저축은행 모두 금액한도(각 저축은행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하자 여러 공동 사업자를 차명으로 내세워 우회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일저축은행은 또 법정관리 중인 대주건설 신성건설 남양건설 등이 시공사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에도 수백억원의 돈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들은 고수익을 노린 주식투자 자금 대출도 경쟁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건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자산 순위 상위 30개 저축은행의 스탁론 대출 잔액은 5700억원이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136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부(1343억원),솔로몬(852억원),HK(653억원),신안(460억원) 등의 순이었다.

스탁론은 투자자가 매입할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빌리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저축은행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담보 주식을 대출자 의사와 관계없이 반대매매를 통해 매각한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2100선에서 1800선으로 떨어짐에 따라 저축은행은 물론 스탁론 대출자들도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토마토2저축은행의 예금인출은 사흘째 계속됐다. 오후 4시까지 인출액은 383억원으로 전날(445억원)보다는 줄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주가 지나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프라임 등 7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가지급금 지급대행 기관을 확대,농협 우리 신한 하나 국민 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 지점에서도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안대규/류시훈 기자 powerzanic@hankyung.com